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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에너지 강국의 길

주봉현<산업자원부 자원정책심의관>

최근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가운데 지난달 29일 역대 가장 위력적인 허리케인으로 분류되는 ‘카트리나(Katrina)’가 미국 남부를 강타하면서 국제유가(WTI)는 배럴당 70달러대에 육박하며 끝없이 솟구치고 있다. 미국정부는 이에 전략비축유 방출을 결정했으며 알 사바 석유수출국기구(OPEC) 의장은 9월 총회에서 하루 50만배럴 증산을 논의하겠다는 견해를 밝히는 등 세계 석유시장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에너지의 97%를 해외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은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원유의 안정적 공급에 영향이 생길 뿐 아니라 산업생산과 국민생활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해 자원빈국으로서 설움과 걱정이 많다. 그러나 우리와 별반 처지가 다를 것이 없는 나라들도 고유가 상황에 여유를 가지고 잘 대처하며 자국의 자원개발사업의 활황국면을 활용해 국민경제에 보탬이 되도록 하고 있다. 프랑스ㆍ이탈리아ㆍ스페인 등이 그 대표주자로 세계에서 에너지 강국의 위치를 점하고 있다. 이들 나라는 원유자주개발률이 50~90%로 안정적 에너지 공급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에너지원단위가 0.16~0.20으로 에너지 저소비형 산업구조 속에 높은 에너지 효율성을 확보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원유자주개발률 3.8%, 에너지원단위 0.303 수준을 보이고 있어 에너지 강국으로 가는 길이 아직 멀기만 하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지난달 국내 연간 원유소비량(약 8억배럴)의 2.5배에 달하는 나이지리아 초대형 탐사광구 2개(20억배럴)와 5억배럴 규모의 예멘 탐사광구 낙찰 등 석유의 해외의존도를 개선할 수 있는 낭보가 날아들었고 지난 1일에는 베트남 해역에서 1억배럴 규모의 새로운 유전을 찾아내기도 했다. 앞으로 자원정상외교, 자원개발 전문기업 육성, 민간기업의 지원강화 등 해외자원 개발역량 강화를 위한 노력도 한층 가속화할 계획이다. 지난해 말부터는 18개 부처가 공동으로 ‘에너지원단위 개선 3개년 계획’을 수립해 향후 3년간 우리나라의 에너지 효율을 8.6% 개선하기 위해 88개 과제를 선정ㆍ추진하는 한편 신ㆍ재생에너지의 개발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또 8월 국내 최대 규모의 서산 석유비축기지(1,460만배럴)를 비롯, 여수ㆍ거제ㆍ동해기지가 완공돼 한국의 석유 비축능력이 1억배럴을 돌파하는 등 고유가와 국제 석유위기의 대응능력을 제고한 바 있다. 정부는 고유가가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이와 같은 중장기적 수급안정대책을 내실 있게 추진하는 동시에 단기적 에너지 절약에도 주력하고 있다. 단기대책이기는 하지만 가격 급등시에는 긴급한 수요조절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공공 부문은 각 기관별로 ‘에너지지킴이’를 임명, 에너지 절약을 실천해가고 있고 6월부터는 모든 공무원들에게 넥타이와 상의를 입지 않고 근무하도록 해 같은 냉방온도하에서 보다 쾌적하고 시원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조치하기도 했다. 특히 범국민적 에너지 절약 분위기 확산을 위해 민간 부문이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자율적 에너지절약참여시스템’을 구축ㆍ운영 중이다. 목욕탕ㆍ유흥업소ㆍ백화점 등 에너지 다소비 서비스업종과 협의해 추진 중인 자율적 휴무제 실시, 과도한 실내냉방 자제, 실내조명 제한 등이 좋은 예다. 다만 에너지 수급에 차질이 예상되고 자율적 절약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의무적 절약조치를 국민생활에 불편이 적은 분야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의 고유가 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과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우리 모두가 에너지의 소중함을 깨닫고 일상생활 속에서 에너지 절약을 실천해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97년 외환위기를 우리나라 경제의 재도약 기회로 삼은 국민의 힘이 다시 한번 발휘되기를 진정으로 기대해본다. 에너지 강국으로 가는 길은 멀지만 이미 고속주행 단계에 진입한 우리나라는 조만간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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