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16년. 섬세한 시선과 세련된 문장, 날카로운 통찰을 글에 녹여온 저자가 2년만에 선보이는 새 장편 소설이다. 그간 개인의 존재론과 그들이 맺는 관계의 양상을 냉철한 시각으로 그려온 저자는 이번엔 '사랑'이라는 관계를 통해 매혹과 상실, 고독과 고통을 깊이 있게 들여다 본다.
냉소적이고 자유로운 소설가 요셉과 신비로운 여인 류, 두 사람이 전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소설은 류의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무책임하고 즉흥적이며 한 순간의 매혹에 쉽게 몸을 던지는 아버지, 반면 류의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 곁에서 가족의 생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늘 모든 고독과 고통을 견디어낸다. 이 모든 걸 곁에서 오롯이 지켜보며 자라온 류, 그에게는 이렇듯 서로 화해할 수 없는 두 세계가 불현듯 자리하고 있다. 류 역시 매혹에 이끌려 한 때 요셉을 열렬히 사랑하지만 마지막 한 걸음 앞에서 결국 그를 떠나고 만다. 류가 사랑한 소설가 요셉은 냉소적이고 자유로운 소설가다. 예술가적 자의식을 고수하며 모든 관계로부터 자유롭기를 갈망하는 인물이다.
소설은 요셉의 일상과 류의 과거사를 교차시키며 삶과 사랑을 말한다. 완강한 통속과 패턴, 타락한 세계를 향해 날카로운 독설을 거침없이 날리는 요셉이지만 그런 그에게서 왠지 모를 연민이 느껴진다. 감추어진 듯 언뜻언뜻 드러나는 류의 삶에서는 인간의 근원적인 외로움을 읽는다.
저마다의 외로움과 오해 속에서 흘러가고 얽히는 관계들이 있다. 감추고 싶지만 그 속에서 우리 내면의 나약함과 비루함이 드러나는 순간들이 있다. 저자는 요셉과 류, 두 인물을 빌려 존재와 관계에서 오는 오해와 상실, 고통과 고독의 순간을 때로는 서늘하게, 때로는 유머러스 하게, 때로는 따뜻하게 포착해 낸다. 1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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