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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우리경제의 등대' 되길

박승 <한국은행 총재>

서울경제의 창간 45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서울경제는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80달러에 불과하였던 1960년, 국내 최초의 경제전문지로 창간되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는 전형적인 저개발 농업국가로 절대빈곤 상태에 처해 있었습니다. 우리 국민들이 하루하루 먹고 사는 데 급급하여 경제전문지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았던 그 때에 서울경제가 먼 미래를 내다보고 첫발을 내디딘 것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서울경제의 창간은 그 자체가 선구자적인 업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후 서울경제는 ‘한강의 기적’으로 일컬어지는 우리경제의 발전과정을 생생히 기록하면서, 경제현상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을 올바르게 제시해 왔습니다. 서울경제는 보도가 항상 공정하고 정확하며, 논점이 균형 잡힌 언론이었습니다. 이제 우리나라가 1인당 국민소득 1만5,000달러의 세계 10위권 경제강국으로 성장한 오늘날에 와서 보면 서울경제의 비판과 격려가 우리경제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다고 평가됩니다. 서울경제의 발자취를 되돌아 보면 1980년대초 언론통폐합 과정에서 강제 폐간 되었다가 1988년에 복간되는 아픔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시련은 오히려 서울경제가 기백 있는 정론지로 다시 우뚝 서는 밑거름으로 작용하였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서울경제의 오랜 애독자입니다. 지금도 매일 아침 출근하는 차안에서 서울경제를 읽고 있습니다. 애독자일 뿐 아니라 단골 기고가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한은 총재로 부임하기 전에는 서울경제의 ‘송현칼럼’란에 우리경제의 주요 현안에 대해 매주 한차례씩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서울경제에의 기고는 저자신의 개인적 발전에 큰 보탬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와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인연으로 서울경제는 ‘나의 신문’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지금 우리경제는 지난 세월 고도성장의 번영을 뒤로 하고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높은 임금 등 고비용 때문에 기업들이 국내투자를 기피하여 생산기지의 해외이전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첨단산업, 수출기업은 성장세가 더욱 높아지고 전통산업, 내수기업은 어려움이 가중되는 양극화가 심화되고 이 과정에서 이른바 ‘고용없는 성장'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성장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우리경제는 새로운 도약의 기회도 맞고 있습니다. 국제경쟁력을 갖춘 정보통신 등 새로운 첨단 산업들이 우리경제의 주역으로 착실히 자리 잡아가고 있으며 지식기반 서비스 등 선진국형 산업들이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기업의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지배구조도 국제규범에 부합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경제는 지금 위기와 기회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하겠습니다. 서울경제는 당면한 시대상황에 부응하여 이제까지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우리경제가 헤치고 나가야 할 길을 밝혀주는 등대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세계화가 진전되면서 경제현상이 날로 복잡해지고 미래는 더욱 불확실해져 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에 서울경제는 우리나라가 선진복지국가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그 어느 때보다 소중한 동반자가 되어 줄 것으로 믿습니다. 끝으로 서울경제가 지난 45년의 연륜을 바탕으로 독자들의 변화하는 경제정보 욕구를 충족시켜 주고 생활경제의 길잡이로서 더욱 번창해 나갈 것을 기원하며 서울경제의 창간 45주년을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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