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시장에 ‘부동산 한파’가 몰아칠 조짐이다. 부동산이 주식시장에서 지난 5년간의 든든한 ‘돈줄’ 역할을 끝내고 시장을 위협하는 ‘칼날’이 돼 부메랑처럼 되돌아 날아오고 있는 것. 모기지금리 인상 등으로 내년에 부동산 시장이 냉각될 것이란 전망이 잇달아 제기되면서 8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주택업체와 가전업체 등 관련주들이 일제히 급락했다. 이에 따라 부동산ㆍ주식시장 침체→자산가치 감소→소비둔화→부동산ㆍ주식시장 침체의 악순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 최대 고급주택 건설업체인 톨 브라더스는 이날 내년 주택판매 전망치를 기존 전망치보다 400~700호 하향 조정했다. 톨 브라더스의 최고경영자(CEO) 로버트 톨은 “모기지 금리 상승으로 신규 주택 수요가 줄고 있고 이에 따라 가격 상승도 기대하기 힘들어졌다”며 “내년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다”고 말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지속적인 금리 인상으로 모기지 금리도 상승, 7월 중반 5%대 초반이던 30년만기 모기지금리는 지난 주 6.31%까지 뛰어올랐다. 이 발표 후 톨 브라더스의 주가가 14% 급락한 것을 비롯해 관련주들이 일제히 하락했다. 22개 건설업체로 구성된 블룸버그 홈 빌더 인덱스는 5.9%하락했으며 월풀과 메이택 등 가전 업체들의 주가도 일제히 떨어졌다. 주택 시장이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서 이에 따른 경제적 파장에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은 2001년 이후 5년 동안 미국 주식시장을 이끈 견인차였다. 테러와 전쟁에 대한 불안이 끊이지 않았던 2001~2002년과 고용시장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던 2003~2004년 주식시장을 지킨 것이 부동산 시장이었다. 부동산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자산가치가 높아졌고 금리 인하 기조로 모기지 리파이낸싱이 가능해지면서 새롭게 창출된 현금이 주식시장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기지금리 상승으로 리파이낸싱이 불가능해진데다 부동산 가격 조정에 따른 자산가치 하락이 본격화할 경우 소비둔화와 주식시장 침체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 급랭 가능성을 부인하는 반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부동산투자전문회사 글리켄하우스는 “부동산 시장이 조정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거품 붕괴식의 경착륙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완만한 연착륙에 성공, 결과적으로 자산가치 급락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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