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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논문 표절과 관행

논문 표절 논란이 또 다시 학계를 강타했다. 김병준 전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논문 표절 및 중복 게재 의혹으로 사퇴한 지 다섯 달도 안돼 이번에는 갓 취임한 이필상 고려대 총장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총장이 과거 교내외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들이 제자들의 논문과 상당 부분 비슷하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총장은 이에 대해 “과거의 학술 관행 때문에 현재의 관점에선 일부 부적절한 처신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앞서 김 전 부총리도 논란이 불거지자 “(유사한 논문을 중복 개제하는 것은) 학교의 관행이었다”고 답했었다. 이처럼 논문 표절 논란이 제기될 때마다 당사자들은 ‘관행’이라는 말로 당시의 행동을 정당화한다. 관행이란 오래 전부터 당연한 걸로 여기고 해오던 일을 뜻한다. 하지만 관행이라고 모두 `정당화될 수는 없다. 관행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현재 사회 구성원의 가치관과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 김 전 부총리 사태를 겪으면서 학계의 연구윤리 기준은 한층 높아지고 까다로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시 과거의 관행 운운하는 이 총장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게다가 이 총장의 해명은 관행으로 치부하더라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문제가 된 이 총장의 논문들은 제자의 논문과 동일한 문장이 절반을 훨씬 넘으며 심지어 오타 부분까지 똑같다. 단순히 제자에게 아이디어를 제공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한쪽의 문장을 그대로 베꼈음을 의미한다. 아이디어와 결론이 같고 문장마저 똑같은 논문이 두 개나 존재할 이유는 없다. 논문 수로 교수의 업적을 평가하는 학계의 병폐일 뿐이다. 이제 공은 고려대로 넘어갔다. 고려대는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 또 학계와 교육부도 과거의 연구윤리 위반 사실에 대해 어느 선까지 용인하고 어디서부터 제재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 앞으로 비슷한 일이 벌어질 때마다 관행을 앞세워 넘어간다면 진정한 연구윤리 확립은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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