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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보수적이면서 안정 위주의 경영을 해온 교보증권이 과감한 변신에 나섰다. 이미 대형 증권사들이 선도하고 있는 자산관리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 교보증권은 모든 고객을 상대하기보다 차별화된 고객층을 대상으로 한 종합 재테크관리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또 교보생명ㆍ교보투신운용 등 계열사와 연계해 새 금융상품 개발 및 판매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거래수수료 경쟁 격화, 개인투자자들의 주식시장 이탈 등으로 증권업계에 위기감이 감도는 가운데 교보증권의 새로운 도전이 중견ㆍ중소 증권사의 생존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교보증권의 새 사령탑인 송종(56ㆍ사진) 사장은 취임 열흘 남짓 만에 변신을 선언해 주목받고 있다. 송 사장은 “자산관리 영업의 중요성은 일선 영업현장에서 뛰던 지난 80년대 말부터 절감해왔다”며 “앞으로 30년, 50년 동안 회사가 영속적으로 발전하려면 이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송 사장은 대형 증권사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느냐는 지적에 “연령과 계층ㆍ지역을 특화해 교보증권의 고객을 발굴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연령층으로 보면 재테크를 막 시작하는 30대와 노후를 대비해야 하는 50대를 중심으로, 그리고 금융기관 종사자와 대기업 임직원 등 직업별로도 차별화한 타깃 마케팅을 하겠다는 게 송 사장의 복안이다. 주식상품뿐 아니라 고객들에게 필요한 보험ㆍ부동산 등 모든 재테크 상품까지 포함한 종합적인 재테크 프로그램으로 무장한 일선 영업직원들이 보험사 생활설계사(LP)처럼 고객을 찾아가 1대1일 마케팅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송 사장은 직원들에게 최소 6개월 정도 자산관리 교육을 시킨 다음 현장에 투입해 고객 만족도를 극대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송 사장은 교보증권의 변신은 생존을 위해 필수불가결하다고 지적한다. 소수의 대형사가 지배하는 은행이나 보험시장처럼 증권업계도 2~3년 내 대형 3~4개사가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70대30의 법칙’이 현실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 상당수 증권사가 도태될 수밖에 없어 중견 증권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증권사로 거듭나야 한다는 게 송 사장의 생각이다. 송 사장은 “교보증권은 교보생명 등 든든한 계열사가 있기 때문에 토털 금융사로서 생존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며 “앞으로 계열사와 연계한 시너지 효과를 내는 데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송 사장은 지난 74년 증권업계에 첫발을 내디딘 후 30년을 꼭 채운 외길 증권맨이다. 증권회사뿐 아니라 업계종사자 개인별로도 부침이 심한 증권업계에서 최고경영자까지 오른다는 건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 만큼이나 어려운 게 현실. 송 사장은 “회사 일이라기보다는 내 일이라고 여기며 열심히 생활하는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라며 “지금은 삼팔선ㆍ사오정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불안한 시대지만 실력을 무기 삼아 정면승부하는 사람들에게는 길이 있기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주식시장도 커졌고 업계 규모도 커졌지만 상당수 개인투자자들이 주식투자로 오히려 손실을 본 게 늘 안타깝다는 송 사장은 분위기나 소문에 휩쓸리기보다 원칙과 정도에 따라 투자해야 장기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송 사장은 “CEO가 단기 성과에 집착할 경우 회사에 부담으로 돌아온다”며 “일순간의 호전보다는 회사, 나아가 주식시장 발전의 초석을 놓는 데 매진할 것”이라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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