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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안전에 스며든 부패는 재앙이다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가 쓴 소설 ‘안나카레니나’는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의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베스트셀러 ‘총.균.쇠’의 저자로 유명한 진화생물학자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이 첫 구절을 인용해 가축화(家畜化)에 성공한 야생동물의 조건을 설명하는 일명 ‘안나카레니나의 법칙’을 탄생시켰다.

조직이나 정책, 제도 등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요소가 다양한데 그중 하나라도 갖추지 못하면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을 설명한 이 법칙은 그만큼 조직, 정책, 제도 등의 성공은 이루기가 어렵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이 법칙이 적용되는 많은 분야가 있겠지만 ‘안전’만큼 딱 맞아떨어지는 것도 찾기 쉽지 않다. 안전과 관련된 수많은 법령과 제도, 투자와 산업 육성, 훈련과 교육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서 노력을 기울일 때만이 소중한 생명을 허망하게 잃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에 앞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불법과 부조리에 대한 근절이다. 20년 전 삼풍백화점 붕괴가 그랬고 성수대교 붕괴, 씨랜드 화재, 서해 훼리호 침몰, 마우나리조트 사고, 그리고 세월호 참사 등 우리가 겪은 모든 재앙의 이면에는 관리자들의 불법과 탈법, 편법 등이 자리 잡고 있었다.

지난해 국민권익위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 62.8%는 ‘우리사회가 부패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전 세계 GDP(국내총생산) 중 부패로 인한 손실률은 무려 17%에 이른다는 ADB(아시아개발은행)의 추산도 있다. 부패나 불법 자체도 문제지만 특히 이것이 안전과 연관되면 수많은 목숨을 앗아가는 재앙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부패인식도는 어쩌면 우리 나라가 그만큼 위험하다고 느끼는 국민이 많다는 것을 말해주는 지표일 것이다.

안전은 인간에게 가장 기본적인 욕구이자 권리다. 그렇기 때문에 헌법은 국가가 재난의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대형사고 때마다 재발방지를 위해 2중, 3중의 제도적 장치들을 만들지만 이를 지켜야 할 사람들이 불법과 부조리에 젖어 있다면 우리는 계속해서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국민안전처가 정부 부처 어디에도 없는 ‘안전감찰’이란 조직을 만들어 안전관리 의무가 있는 공공기관과 민간관리주체를 대상으로 안전위해요소를 찾아내고 바로잡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까닭도 결국 이때문이다. 또 부처 구성원들이 ‘깨끗하면 안전하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내부검열을 강화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은 “밖을 내다보는 자는 꿈을 꾸고, 내면을 들여다보는 자는 깨어난다”고 했다. ‘안전한 나라’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안의 청렴의식을 깨우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눈앞의 사사로운 이익에 어두워 국민의 안전이 무시되거나 방치돼서는 절대 안된다. 이는 국민들의 기대와 여망이며, 안전하고 풍요로운 선진 대한민국을 만드는 출발선이기 때문이다.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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