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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한국형 SF' 시도는 좋은데… 재미·감흥은 글쎄

인류 멸망 3가지 징후<br>옴니버스 형식으로 그려<br>재미·완성도는 미흡



[새 영화] 인류멸망보고서
'한국형 SF' 시도는 좋은데… 재미·감흥은 글쎄

김민정기자 jeong@sed.co.kr
























영화 제목부터 구미가 당긴다. ‘인류멸망보고서’. 거대한 스케일과 시각적 효과가 가미된 공상과학 영화를 떠올리기 쉽다. 이 같은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있다면 잠시 접어두는 편이 현명하다. 할리우드에 비해 빠듯한 제작비 탓에 영화는 스펙터클한 장면은 과감히 생략하고, 기발한 상상력에 집중한다.

‘인류멸망보고서’는 인류에게 멸망이 다가오는 3가지 징후를 SF와 코믹 호러로 섞어 만든 ‘옴니버스 형식’의 작품이다. 임필성 감독이 연출한 ‘멋진 신세계’는 분리수거를 하지 않고 버린 음식물이 초래한 재앙으로 초토화된 도시를 그린다. 귀찮다는 이유로 가축의 사료로 쓰일 음식물 쓰레기 통에 먹지 못 할 쓰레기를 섞어 버리고, 그것이 돌고 돌아 쇠고기를 포식한 인간의 몸으로 들어간다. 결국 정체불명의 바이러스에 감염된 인간은 오직 공격 본능 밖에 남지 않은 좀비로 변하고 서로를 물어 뜯으며 서울의 거리를 공포로 물들인다. 영화는‘멋진 신세계’라는 역설적인 제목을 통해 인간이 자초한 재앙의 모습과 멸망을 앞두고도 대책 마련보다는 서로를 공격하기에 골몰하는 정치권의 행태를 꼬집는다. 임 감독의 또 다른 연출작 ‘해피 버스데이’는 인터넷으로 주문한 8번 당구공이 2년 뒤 지구의 존폐를 위협하는 거대한 혜성이 되어 돌아오며 겪는 혼란을 그린다. 멸망까지 상품화하는 홈쇼핑, 막말을 서슴지 않으며 속내를 털어놓는 뉴스 앵커의 모습을 통해 ‘내일 멸망이 닥치면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심오한 질문에 유머러스 한 답을 내놓는다. 김지운 감독의‘천상의 피조물’은 인간이 잊어 버리고 있는 존재의 근원과 의미에 대해 스스로 묻고 깨달음에 이르는 로봇을 통해 인류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역으로 질문한다.

영화는 이처럼 두 중견 감독의 재치 있는 발상과 상상력을 통해 ‘한국형 공상과학(SF)영화’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수천억원에 달하는 할리우드 SF 영화에 견주어 턱 없이 모자란 제작비의 한계를 딛고 영화가 빛을 보기 위해 노력한 부분에는 가히 박수를 쳐 줄 만하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 발동은 걸었는데 움직임이 그리 매끄럽지 않다.



짧은 단편을 묶어 만든 옴니버스 영화라지만 전체로서 정리된 분위기를 느끼기에는 미흡한 구석이 다분하다. 짧은 단편에 인물 간의 대사로 모든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 ‘천상의 피조물’에서는 왠지 모를 지루함이 느껴진다.

‘호불호(好不好)’가 갈리는 영화다. 눈과 귀가 즐거운 SF 영화, 재미와 감흥이 넘치는 영화에 대한 기대감은 잠시 접어두고, 영화 깊숙이 숨겨져 있는 심오한 철학적 의미와 기꺼이 한국형 SF영화의‘가능성’을 ‘열심히’ 찾고자 하는 관객이라면 선택할 만하다. 상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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