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효과에 힘입어 일본을 찾는 외국인 여행객이 급증하면서 일본의 월별 여행수지가 44년 만에 첫 흑자를 냈다.
일본 재무성이 9일 발표한 지난 4월 국제수지 속보치에 따르면 일본 여행수지는 177억엔(약 1,759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여행수지 흑자는 오사카 만국박람회 개최로 일본 방문객이 크게 늘었던 1970년 7월 이래 처음이다. 여행수지는 외국인이 일본에서 쓴 지출액에서 일본인이 해외에서 쓴 만큼을 뺀 것이다. 일본 관광청은 4월 방일 관광객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4% 증가한 123만1,500명에 달한 반면 일본인 출국자는 119만명으로 4.4% 줄었다고 집계했다.
원래 들어오는 여행객보다 나가는 숫자가 많았던 일본의 여행수지 흑자는 아베 신조 정권의 공격적인 엔저 정책 덕분이다. 2012년 말 이후 엔화가치가 20% 가까이 절하되면서 일본 여행은 저렴해지고 일본인의 해외여행은 비싸진 것이다. 이에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일본을 찾는 관광객 숫자가 현저히 늘고 있다. 4월만 해도 전년비 129.5% 늘어난 필리핀을 비롯해 말레이시아(71.2%), 태국(65.1%)이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중일 관계가 냉랭한 가운데도 중국인 방문객이 늘어나고 있는는 점이 눈에 띈다. 4월 중국인 방일 여행객 숫자는 19만600명으로 전년비 90.3%나 뛰었다. 서방권 출신 방문객도 꾸준한 증가세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일본 방문 1위를 고수해온 한국인은 계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3월에는 최다 방문객 타이틀도 대만에 빼앗겼다.
일본 정부가 관광업을 새로운 먹거리로 삼고 적극적인 육성에 나선 것도 한몫하고 있다. 올해 1~3월 방일 외국인의 소비액수는 전년동기 대비 48.5% 증가한 4,298억엔에 달했다. 미즈호종합연구소는 방일 관광객이 연 1,000만명 증가할 경우 국내총생산(GDP)을 0.3%(약 1조8,000억엔)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고 추산한다.
일본 정부는 이미 지난해 7월 태국·말레이시아인의 단기비자를 면제했으며 인도네시아에 대해서도 면제를 검토하고 있다. 외국인 쇼핑을 활성화하기 위해 면세점 수를 늘리는 한편 면세범위도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오는 2020년까지 일본을 찾는 외국인 수를 현재의 2배인 2,000만명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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