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세계적으로 많은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경기침체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지고 금융 부문에서는 부채 규모가 줄어드는 디레버리지(부채 축소)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양극화, 청년 실업 및 워킹 푸어(working poor)의 증가 추세는 금융위기 이후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와 같은 커다란 변화의 흐름 속에서 자본주의와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에도 조금씩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시장 자율을 중시해온 기존의 관행에서 벗어나 금융위기 이후 시장의 자율을 인정하되 경제주체들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따뜻한'자본주의가 주목받고 있다. 주주 이익의 극대화를 최우선의 가치로 삼았던 기업들도 점차 고객과 사회, 협력업체 등 여러 이해 관계자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며 이들과 더불어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면 차갑게만 느껴지는 금융업에 있어 '따뜻한 금융'이란 무엇일까.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겠지만 크게 보면 ▦오래된 고객들을 배려하고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때 고객의 입장을 우선 생각하며 ▦사회공헌활동을 늘려 기업시민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는 것으로 그 의미를 정리해볼 수 있다. 이 세 가지 중 가장 중요한 것을 꼽자면 '고객의 입장을 우선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는 다시 말하면 '진심으로 고객의 편이 돼주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회사가 고객 편이 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지만 현실에서는 제한된 고객정보, 부족한 상담시간, 직원들의 실적부담 등으로 인해 이를 실천하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금융회사가 진심으로 고객의 편에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먼저 고객이 처한 상황과 니즈를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또한 고객에게 최적의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는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회사의 단기적 이해관계보다 고객의 이익과 성공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겠다는 확고한 철학을 임직원 모두가 공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글로벌 기업인 나이키는 '더 좋은 제품'이 아니라 '더 건강한 고객'이라는 보다 큰 목표를 추구함으로써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금융회사들 역시 더 높은 수익률이나 판매 실적이 아닌 '고객의 성공과 사회의 공생발전'이라는 보다 의미 있는 목표를 추구해나갈 때, 시대가 요구하는 '따뜻한 금융'의 모습을 우리 사회에 구현할 수 있으리라 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