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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한국 건축의 품격을 높이려면


"건축사 사무소면 '신사의 품격'에 나오는 김도진이나 임태산 같은 사람들하고 같이 일하시는 거에요? 좋으시겠어요."

최근 사람을 만나 명함을 주고받으면서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 중 하나다. 영화 '건축학개론'의 엄태웅이나 '신사의 품격'의 장동건까지 올 상반기 영화나 드라마에는 유난히 건축가가 주인공으로 많이 등장했다. 이 때문에 건축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많아지는 것 같아 업계 홍보담당자로서 반가웠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기도 했다. 건축가를 '뛰어난 패션감각에 최고급 자동차를 타고 다니며 화려한 언변의 소유자'로만 묘사해 실제 건축계의 현실을 왜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옆에서 지켜보는 건축가들의 삶은 그리 화려하지 않다. 일부 예외는 있겠지만 회사 테이블에서 쪼그려 자는 엄태웅의 모습이나 몰지각한 건축주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하고는 뒤돌아 걱정하는 장동건의 모습이 차라리 현실에 가깝다. 건축과정에서 시간은 곧 비용을 뜻하므로 이들은 정해진 기간에 최고의 품질을 끌어내기 위해 야근은 기본이고 밤샘작업을 밥 먹듯이 한다. 가족이나 친구와 보내는 주말도 대부분 포기해야 한다. 빠듯한 일정에 맞추느라 몸은 고되지만 본인이 그리는 선 하나가 많은 이들의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맡은 일에 대한 책임감과 자부심이 강하다.

그에 비해 이들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태도는 다소 아쉽다. 건축 디자인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막연하게 해외 건축 디자인이 더 우수하다는 선입견을 가진 이들이 많다. 착공식이나 준공식 등 주요행사에 초청하는 인사 중에 해당 건물 설계를 맡은 건축가나 회사가 빠져 있는 모습도 씁쓸하다. 착공식이나 준공식에서 건축가를 건축주에 못지않은 주요 인사로 대우하는 외국과는 대조적이다.



혹자들은 이러한 현실에 대해 건축설계의 수준 차이 때문이라고들 말한다. 그러나 해외 유수의 건축기업들이 참여하는 국제설계 현상공모전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하거나 미국, 유럽 등 선진시장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건축가들도 많은 점에 비춰볼 때 다소 지명도의 차이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디자인이나 설계 품질의 차이가 큰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베트남이나 아제르바이잔 등 신흥개발국가에서는 한국 건축회사와 건축가를 더 선호한다. 유럽이나 미국과 경쟁해도 밀리지 않는 우수한 디자인과 설계 품질을 갖춘 건물을 더 빠른 기간 내에 제공하기 때문이다.

한 국가의 문화 수준은 국민이 결정한다는 말이 있다. 한국 건축의 품격을 높이는 것은 결국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이다. 사회적인 관심과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머지않아 전세계에 건축 한류 열풍이 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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