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7년 만에 '제로금리' 시대를 끝낸 가운데 신흥국의 달러화 페그제 포기가 속출하고 있다. 통화가치 추락을 방어하느라 외환보유액이 고갈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지난 2007년 아시아 금융위기의 데자뷔라는 경고도 나온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연준의 금리 인상을 전후로 페그제를 포기한 신흥국은 아제르바이잔·카자흐스탄·아르헨티나·남수단 등 최소한 4개국에 이른다. 환율 변동폭을 늘리거나 페그제 통화바스켓에서 달러화 비중을 낮추는 방식으로 페그제를 완화한 국가도 중국·베트남·파키스탄·스리랑카·이라크·이집트·앙골라 등 7개국이었다. 러시아도 지난해 말 변동환율제를 도입했다.
이는 자국 통화가치를 달러화에 고정하느라 달러화를 시중에 내다 팔면서 외환보유액이 바닥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아제르바이잔·카자흐스탄 등 산유국들은 국제유가 하락에 재정수입이 거덜 나자 환율을 떨어뜨릴 필요성이 커졌다. 환율이 약세를 보이면 자국통화 표시 수출대금은 늘어나게 된다.
신흥국의 페그제 폐지는 앞으로 더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환율페그제를 채택한 국가는 전 세계의 59.7%로 2008년(52.1%)보다 오히려 7.6%포인트 증가했다. 금융시장이 발달하지 않은 국가는 페그제 실시로 급격한 환율변동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페그제 포기가 금융위기의 전초전으로 받아들여질 경우 외국인 자금의 엑소더스(대탈출)가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21일 아제르바이잔이 변동환율제를 전격 도입하자 마나트화 가치가 48% 추락했다. 15일 남수단이 페그제를 폐지했을 때도 자국통화인 파운드화가 하루 만에 84%나 수직 낙하했다. 8월 페그제를 포기한 카자흐스탄 텡게화 가치도 순식간에 23% 하락했다. 통화가치가 급락하면 은행과 기업들의 해외부채 상환 부담은 급증하게 된다.
외국인 자금을 붙잡으려면 기준금리를 크게 올려야 하는데 실물경제가 치명상을 입을 게 뻔하다. 가령 카자흐스탄의 하루짜리 레포 금리는 328%에 이른다. 블룸버그는 "신흥국의 잇따른 페그제 포기는 18년 전 아시아 외환위기를 연상시킨다"라며 "당시 연준의 금리 인상과 중국의 위안화 가치 절하가 결합해 은행ㆍ기업의 부채상환 실패와 경기침체를 촉발했다"고 지적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산유국마저 저유가에 대응해 페그제를 포기할 경우 국제유가는 더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는 "사우디 입장에서는 재정지출 축소나 감산보다 리얄화 약세가 훨씬 더 쉬운 선택"이라며 "국제유가가 배럴당 25달러로 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뉴욕=최형욱특파원 choihuk@sed.co.kr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연준의 금리 인상을 전후로 페그제를 포기한 신흥국은 아제르바이잔·카자흐스탄·아르헨티나·남수단 등 최소한 4개국에 이른다. 환율 변동폭을 늘리거나 페그제 통화바스켓에서 달러화 비중을 낮추는 방식으로 페그제를 완화한 국가도 중국·베트남·파키스탄·스리랑카·이라크·이집트·앙골라 등 7개국이었다. 러시아도 지난해 말 변동환율제를 도입했다.
이는 자국 통화가치를 달러화에 고정하느라 달러화를 시중에 내다 팔면서 외환보유액이 바닥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아제르바이잔·카자흐스탄 등 산유국들은 국제유가 하락에 재정수입이 거덜 나자 환율을 떨어뜨릴 필요성이 커졌다. 환율이 약세를 보이면 자국통화 표시 수출대금은 늘어나게 된다.
신흥국의 페그제 폐지는 앞으로 더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환율페그제를 채택한 국가는 전 세계의 59.7%로 2008년(52.1%)보다 오히려 7.6%포인트 증가했다. 금융시장이 발달하지 않은 국가는 페그제 실시로 급격한 환율변동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페그제 포기가 금융위기의 전초전으로 받아들여질 경우 외국인 자금의 엑소더스(대탈출)가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21일 아제르바이잔이 변동환율제를 전격 도입하자 마나트화 가치가 48% 추락했다. 15일 남수단이 페그제를 폐지했을 때도 자국통화인 파운드화가 하루 만에 84%나 수직 낙하했다. 8월 페그제를 포기한 카자흐스탄 텡게화 가치도 순식간에 23% 하락했다. 통화가치가 급락하면 은행과 기업들의 해외부채 상환 부담은 급증하게 된다.
외국인 자금을 붙잡으려면 기준금리를 크게 올려야 하는데 실물경제가 치명상을 입을 게 뻔하다. 가령 카자흐스탄의 하루짜리 레포 금리는 328%에 이른다. 블룸버그는 "신흥국의 잇따른 페그제 포기는 18년 전 아시아 외환위기를 연상시킨다"라며 "당시 연준의 금리 인상과 중국의 위안화 가치 절하가 결합해 은행ㆍ기업의 부채상환 실패와 경기침체를 촉발했다"고 지적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산유국마저 저유가에 대응해 페그제를 포기할 경우 국제유가는 더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는 "사우디 입장에서는 재정지출 축소나 감산보다 리얄화 약세가 훨씬 더 쉬운 선택"이라며 "국제유가가 배럴당 25달러로 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뉴욕=최형욱특파원 choihu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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