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정신에 대해 지난 회에서 전체적으로 접근하는 책을 소개했다면 이번에는 우리 역사에서 선비정신의 표상이 될 수 있는 분들의 삶을 다룬 책을 소개한다. 이번에도 선비 리더십을 주창하고 한국형 선비 리더십과 한글의 세계화 캠페인의 기수로 나선 김진수 선비리더십포럼 회장이 책을 추천했다.
서울대 사학과에 있던 정옥자 교수가 쓴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선비(정옥자 지음, 현암사 펴냄, 2002년 초판 인쇄)'다. 김 회장은 지은이가 조선 후기를 전공한 학자로 조선 후기 선비 25명의 삶을 잘 정리해줬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선비정신을 잘 드러낸 대표적인 선비로 왕으로는 세종대왕, 정승으로는 황희 정승, 학자로는 퇴계 이황과 정약용 선생을 꼽았다. 특히 정약용 선생을 선비 중의 선비로 꼽았다. 503권의 저서를 내놓았고 유네스코에서 인류가 기념해야 할 인물로 선정됐는데 일본에서는 단 한 명도 못 올랐다는 것이다. 그는 또 퇴계 선생은 청나라의 사상가 양계초(梁啓超)가 "동방의 공자"라고 불렀을 정도로 훌륭했으며 학계에서는 경철학의 가치를 내세워 퇴계를 최고로 친다고 덧붙였다.
저자인 정 교수는 이 책에서 조선 성리학이 활성화하면서 선비의 활동이 두드러졌던 조선 후기의 선비 25명의 삶을 조명했다. 시대적 사명감과 책임의식으로 의리와 지조를 중시하며 기개 있는 삶을 살다 간 선비들의 정신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묻는다. 또 조선시대 왕들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서도 다루며 왕도 어릴 때부터 이상적인 군주가 되기 위해 교육을 철저히 받았음을 보여준다. 간송미술관 등에서 협조받은 저서·글씨·그림 등 총 330여컷에 달하는 많은 컬러 사진을 실어 선비들의 면모를 파악하기 쉽게 했다.
저자는 식민사관에 반대하고 일제에 의해 부정적으로 평가된 조선을 바르게 평가하자고 주장해온 인물이다. 우리가 흔히 조선의 폐단으로 여기는 붕당정치, 시대 상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수구 보수쯤으로 여기는 위정척사파에 대해 올바르게 판단하자는 것이다. 조선 말기 성리학자들이 개혁·개방을 주장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일제나 서양 세력에 의한 강제적인 개혁·개방을 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신문화는 우리 것을 지키고 기술문화는 서양의 것을 흡수하려 했다는 것이다. 만약 일본이 그때 우리를 침략하지 않았고 우리 선조들이 자발적으로 노력할 시간이 있었다면 동양의 아름다운 정신문명과 서양의 발달된 기술문명을 고루 갖춘 살기 좋은 나라가 됐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저자는 특히 책에서 개화파는 결국 친일파로 이어졌다고 설명한다. 개화파는 마치 깨어있는 사람들, 위정척사파는 수구 꼴통인 것처럼 그렸던 것이 결국 친일파를 미화한 식민사관이었다는 것을 드러낸다.
/오현환기자 hho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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