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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현장 리포트] 대학 아이디어를 미래 먹거리로 탈바꿈… 브릿지사업, 창조경제 이끄는 '황금다리'

20개 사업단 52개 대학에 2017년까지 450억원 지원

한양대 '스마트 올인원 바퀴'

서강대 '포터블 3D프린터' 등 실용화 상품 이미 내놓기도

브릿지사업 성과공유 워크숍
지난 14일 서울 연세대 백양누리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브릿지 사업단 성과공유 워크숍'에 참가한 대학 관계자와 연구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연세대
조형희 브릿지사업단협의회 회장
조형희 브릿지사업단협의회 회장


국내 대학의 연구 역량과 성과는 세계 주요 대학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실제로 우수한 기술들이 산업에 활용되지 못한 채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학의 연구개발이 상용화까지 가는데 마땅한 '다리'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고 창조경제 뿌리를 키우기 위해 올해부터 '대학의 창의적 자산 실용화 지원사업(BRIDGE· Beyond Research Innovation Development for Good Enterprise)'을 시작했다. 올해에는 대학 산학협력단 혁신형과 대학연구소 혁신형 등 2개 유형으로 나눠 20개 사업단 52개 대학교를 선발해 150억원을 지원했다. 정부는 2017년까지 3년간 총 45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브릿지사업은 지난해 9월 교육부 장관 주재로 정책간담회가 열리면서 가시화됐다. 이어 12월 대구경북동남권, 충청호남권, 강원수도권 등 권역별로 공청회가 열렸고 지난 2월 '대학 창의적 자산 실용화 지원사업' 추진계획이 확정됐다. 정부는 지난 5월 대학의 창의적 아이디어 가운데 실용화 가능성이 높은 후보군 위주로 브릿지 사업단을 선발, 최종 발표했다.

선정된 20개 사업단에는 서울대, 고려대, 성균관대처럼 단독으로 참여한 곳도 있고 건국대-가톨릭대, 경북대-영남대, 경상대-순천대-인제대-창원대처럼 컨소시엄을 이룬 곳도 있다. 우수한 기술을 지닌 국내 대학은 예외 없이 선발됐다는 것이 교육계 안팎의 평가이다.

서강대와 한양대 등 일부 대학은 올해 사업단에 선정된 이후 괄목할만한 성과물을 내기도 했다. 서강대는 정보통신(ICT)융합콘텐츠와 미래융합헬스케어를 특성화 분야로 선정해 '포터블(Portabla) 3D프린터'를 핵심 전략기술로 선뵀다. '포터블 3D프린터'는 휴대가 가능하도록 접이식 기능을 접목한 3D 프린터로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발한 제품이다. 서강대 측은 재난이나 재해 발생시 현장 구조에 필요한 도구 등을 신속히 만드는 데 유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강대 관계자는 "글로벌 3D프린터의 시장규모는 2020년께 약 12조 원에 달할 것"이라며 "3D프린터 수요가 급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보여 휴대용 3D프린터의 시장도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한양대는 전기전자부품 등 10개의 전략분야를 특성화 부문으로 선정해 '자전거 바퀴 안에 두 개의 모터 합성기술'을 시제품으로 선보였다. 합성모터와 대용량 배터리, 각종 센서를 탑재한 채널 컨트롤러를 결합해 '스마트 올인원(all-in-one) 바퀴'를 제작한 것. 일반 자전거의 뒷바퀴만 '스마트 올인원 바퀴'로 교체하면 전기자전거로 활용할 수 있어 실용성도 높다. 한양대 관계자는 "중국 모터제조기업인 MXUS사와 해당 기술 관련 컨설팅 계약을 맺었다"며 "글로벌 매출 증대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매년 2월께 20개 브릿지 사업단을 대상으로 수행실적에 대한 평가를 실시한다. 이 평가를 통해 지원 금액도 일부 조정할 수 있다. 현재 사업단은 최소 5억원에서 최대 10억원의 금액을 지원받고 있다. 한국연구재단 관계자는 "사업단의 성과를 점검하고 개발을 독려하기 위해 매년 정기적 평가를 실시한다"며 "평가를 통해 매년 금액 조정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브릿지사업은 산학협력을 활성화하는 측면 외에 청년 일자리 확대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한국연구재단 관계자는 "과거 노동과 자본이 산업 생산의 핵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지식과 기술이 그 자리를 메울 것"이라며 "대학이 창의적 아이디어를 산업에 접목하면서 성장성이 높은 벤처기업들이 많이 생겨날 것으로 보이며 이를 통해 청년 일자리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강동효기자 kdhyo@sed.co.kr



"한국도 칭화홀딩스처럼 대학이 세운 글로벌기업 나와야"

■ 조형희 브릿지사업단협의회 회장

강동효 기자

"중국 칭화대는 대학의 원천기술을 수익모델로 창출해 '칭화홀딩스'라는 기술지주회사를 운영 중입니다. 칭화홀딩스는 자회사 칭화유니그룹을 통해 글로벌 반도체 회사를 잇달아 인수했고, 최근에는 세계 3위 메모리반도체 업체인 미국 마이크론마저 집어삼키려 할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조형희(사진) 브릿지사업단협의회 회장(연세대 산학협력단장)은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우리나라의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산학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중국 칭화대를 사례로 들며 "칭화대처럼 대학이 설립한 자회사의 수익을 대학에 배분하고, 대학은 원천기술을 다시 기술지주회사에 현물 출자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면 대학과 기업이 동반 성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칭화대에서 설립한 칭화유니그룹은 최근 반도체 분야에서 엄청나게 덩치를 키우고 있다. 칭화유니그룹은 자회사를 통해 미국 샌디스크를 우회 인수했고, 대만 파워텍 지분도 대거 사들여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마이크론마저 230억달러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하는 등 반도체 업계에 태풍의 눈으로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칭화유니그룹이 중국 최고의 칭화대 과학기술 인맥과 자본력, 기술력 등이 시너지를 발휘해 성장세를 키우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 반도체 국산화를 국가 과제로 내세운 중국 정부가 연구지원, 제도개선 등 아낌없이 지원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조 회장은 중국 칭화대처럼 우리 정부도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대학의 실용화 사업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브릿지사업은 현재 20개 사업단으로 시작했지만 점진적으로 더 확대돼야 한다"며 "산학협력은 기업과 대학은 물론 국가의 신성장 동력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현재 브릿지사업에 선정된 대학들은 산업체, 외부 전문가, 변리사 등 전문 인력을 다수 배치해 기존 산학협력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기업의 관심이 이어진다면 중국 칭화대처럼 전세계에서 주목하는 성과를 일궈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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