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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6·25 영웅 백선엽, 민간인으로 살아온 발자취

■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 (백선엽 지음, 책밭 펴냄)


'6ㆍ25 전쟁의 명장''나이 서른 둘에 됐던 한국군 최초의 4성 장군'. '군인' 백선엽 예비역 대장(92)에게 따라붙는 수식들이다. 그렇다면 '민간인' 백선엽은 어떻게 살아왔을까. 이 책은 다부동 전투, 평양 첫 입성, 1.4후퇴 뒤 첫 서울 수복, 지리산 빨치산 토벌 등 6.25전쟁 3년간 야전(野戰)에서 큰 전적을 거둔 군인 백선엽이 민간인으로 돌아와 어떤 싸움터에 섰으며, 그 싸움의 결과는 또 어땠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1960년 4.19와 이승만 대통령 하야 뒤 백선엽은 군복을 벗는다. 대만 대사로 1년을 지내고, 5.16이 벌어진 뒤에는 프랑스 주재 서유럽 5개 국가 및 아프리카 13개 국가 겸임대사를 지낸다. 이어 캐나다 대사로 있다가 교통부 장관을 역임하며 서울 지하철 건설에 뛰어든다. 그 다음 10년 동안은 한국의 화학공업 기반을 다지는 데 주력한다. 외교관으로 10년, 교통부 장관으로 1년 6개월, 한국 화학공업의 산 증인으로 10년의 세월을 거친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기존 백선엽 자서전과 차별화 된다. 한반도 전쟁에서 전투에 관한 능력을 선보인 그가 군복을 벗고 민간인으로 활동하는 과정에서는 어떤 안목으로 세상을 살아왔는지를 엿볼 수 있다. 외교관으로서 첫 임지였던 대만에서는 마오쩌둥에게 패배해 대륙에서 쫓겨 온 장제스를 살핀다. 과거 중국대륙의 권력자가 실지 회복을 위해 절치부심하는 장면에 대한 묘사는 역사적인 상상력을 자극할 정도로 생생하다. 저자는 이어 서유럽 5개국과 아프리카 13개국 겸임대사를 지내면서 아프리카 신생 독립국과 과거 식민지 종주국인 유럽 국가 사이의 긴장관계를 '싸움'의 시각에서 조명하기도 한다.



교통부 장관으로서도 마찬가지다. 당시 지하철을 어떻게 만들었으며 서울의 교통난을 해소하기 위해 어떤 과제들이 있었고, 어떻게 해결해왔는지를 상술한다. 화학공업을 일으켜야 한다는 임무를 받은 상황에서 없는 자금을 만들기 위해 일본 통산성의 복도에서 한 달 동안 죽치고 기다리는 장면은 이채롭다.

한 인간이 군인으로, 민간인으로 살아오면서 겪은 일들은 곧 대한민국의 발자취이기도 하다. 저자는 아무것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나라의 외교관과 장관, 화학공업회사의 사장으로 산다는 것은 곧 '싸움'이었다고 회고한다. 싸움은 험난하지만 그것을 이겨내는 의지는 곧 싸움터에 선 사람의 몫이다. 민간인 백선엽의 또 다른 전투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 보인다.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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