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는 23일(현지시간) 미국 측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문화산업을 FTA 교섭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요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반면 미국 농업 로비단체는 EU가 까다로운 식품수입 규정을 완화하도록 미국 정부가 압력을 넣으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내년 말 양측 의회의 비준을 목표로 진행되는 미ㆍEU 협상 타결도 늦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유럽의회는 23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의사당에서 진행된 투표에서 온라인미디어 등 시청각(audiovisual) 산업을 FTA 교섭 분야에서 제외하도록 요구하는 결의안을 찬성 383표, 반대 191표, 기권 17표로 통과시켰다.
외신들은 이번 결정에 대해 유럽의회가 미ㆍEU 협상 타결안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비준동의안의 통과를 거부할 준비가 돼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투표 결과는 양측 정부가 FTA를 타결하더라도 최종 의회 비준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점을 재확인시켰다"고 평가했다.
특히 미국과 EU 간 입장이 엇갈리던 '문화적 예외' 인정 여부가 협상 초기부터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양측 협상도 난항이 예상된다. 이번 결의안을 주도한 포르투갈 유럽의회 의원인 비탈 모레이라는 "의회는 항상 FTA 교섭을 견제할 무기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결의안은 유럽 영화제작자들과 프랑스 등 EU 회원국 정부가 영화제작자에 대한 보조금 지급, TVㆍ라디오 방송의 자국 제작 프로그램 의무방영 비율 등을 유지하기 위해 제안됐다. 카렐 더휘흐트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이에 대해 "자국 영화 의무상영 쿼터나 보조금 지급 등의 방안을 강구할 수는 있지만 디지털미디어 등 문화산업 전반을 교섭사항에서 빼는 건 FTA의 범위를 심각하게 축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같은 날 유럽의회가 투표하기 직전 미국의 농업 로비단체들은 마이크 프로먼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지명자에게 서한을 보내 "향후 교섭에 대한 USTR의 낙관은 시기상조"라며 "EU가 소비자 안전을 명목으로 무역보호주의를 펴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EU가 FTA 교섭과정에서 미국산 유전자조작농산물(GMO) 및 성장호르몬을 투약한 쇠고기 등의 수입금지를 유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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