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은 이를 통해 약 3,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 유동성 위기를 완전히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현대그룹이 보유한 현대로지스틱스 지분을 7월 중 오릭스와 현대상선이 세우는 SPC에 매각하는 안이 최종 확정됐다.
매각대금은 6,500억원으로 일본계 자금이 현대로지스틱스 공동주주로 나서는 방식이다. 현대로지스틱스는 현대택배를 보유한 물류회사로 현정은 회장 12.04%, 현대상선 47.7%, 현대글로벌 24.4% 등 현대그룹 측이 총 88.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지난해 말 발표한 자구계획안에서 현대로지스틱스를 통한 자본유치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현대그룹은 당초 현대로지스틱스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했으나 여의치 않자 지난 4월께부터 극비리에 오릭스로부터의 자본유치를 시도해왔다.
이번 계약에서 현대그룹은 현대로지스틱스 지분을 일단 오릭스·현대상선 SPC에 완전히 넘기되 현 회장이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지분을 남겨놓을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현대그룹은 현 회장→현대글로벌→현대로지스틱스→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현대증권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지배구조를 지켜낼 수 있게 된다.
재무적투자자로 나선 오릭스는 현대로지스틱스 지분의 향후 매각차익을 노리고 있다. 오릭스는 이미 국내에서 STX에너지에 투자하고 이를 GS·LG컨소시엄에 매각해 만만치 않은 차익을 거둔 바 있다.
현대그룹이 이번 매각으로 확보하는 유동성은 약 2,700억~3,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당초 현대로지스틱스 지분의 매각대금은 약 8,000억원 규모로 알려졌으나 이보다는 낮은 선에서 계약이 이뤄지게 됐다.
현대그룹이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면서 적어도 올해 안에는 유동성 위기가 재발될 가능성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현대그룹은 IMM인베스트먼트와 약 1조원 규모의 LNG운송사업부 매각계약도 체결했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현대의 구조조정 속도는 한진이나 동부와 비교할 때 월등히 빠르다"며 "7월 중에 현대로지스틱스까지 매각되면 유동성 걱정은 더 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오릭스가 전격적으로 현대그룹의 백기사로 나서면서 현대증권 매각에서도 유력 주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현재 현대증권 매각 예비입찰에는 오릭스와 사모펀드 운용사 파인스트리트, 자베스파트너스 등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상태다.
채권단 관계자는 "STX에너지 매각으로 재미를 본 오릭스가 상당히 공격적으로 국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며 "현대자동차 등 범현대가가 참여하지 않는다면 (현대증권 매각에서) 현대그룹과 밀착도가 높은 오릭스가 유력 주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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