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정부가 세계은행 주도로 진행된 국제비교 프로그램(ICP) 리포트 작성과정에서 중국이 1위로 기록되지 않도록 압박했다고 보도했다. FT는 ICP 리포트를 작성한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중국은 지난 1년간 때로는 우리를 회유하고 때로는 압박하면서 자국이 세계 1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다는 사실을 숨기고 싶어했다"며 "중국은 이 리포트가 공개되는 것조차 극도로 싫어했다"고 전했다. 실제 중국 언론도 ICP 리포트를 비중 있게 다루지 않았으며 국가통계국은 "공식적인 통계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신화통신은 이와 관련해 이날 "중국 경제의 거품성장을 경계해야 한다"며 "학계에서도 논란이 있는 구매력평가 비교방식으로 실속 없이 헛살만 찐 것을 득의양양해한다면 중국의 개혁발전 방향에는 아무런 긍정적 의미도 없다"고 경고했다.
중국 정부가 '1위 경제대국'에 이처럼 싸늘하게 반응하는 것은 경제적 요인은 물론 정치적으로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우선 경제대국이 공식화할 경우 위안화 절상 등 경제적 부담이 커진다. 특히 내수보다 여전히 수출주도 경제에서 샴페인을 일찍 터뜨려 다른 나라의 경계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정치적 부담도 작용하고 있다. 가뜩이나 소득불균형 등에 불만이 쌓이는 상황에서 1위 경제대국은 소외계층의 불만을 가중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또 대외적으로 1위 경제대국으로서 책임이 커지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 물론 시진핑 정부가 국제사회에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하지만 중국 자체 수준의 역할이지 그 이상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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