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신용정보가 유출될 경우 피해자는 피해액의 최대 3배를 보상 받을 수 있게 됐다. 관련 단체에 흩어져 있는 신용정보는 금융당국이 설립하는 별도의 공공기관이 한꺼번에 관리하고 개인신용정보회사(CB·Credit Bureau)에 대한 규제도 한층 강화된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날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신용정보보호법)' 개정안을 진통 끝에 통과시켰다. 공인인증서 사용 강제 조항을 삭제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과 금융지주회사의 계열사 간 신용정보 공유를 제한하도록 하는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 등의 신용정보 유출방지 '패키지 법안'도 정무위 법안심사소위 문턱을 넘었다.
당초 새누리당과 금융위원회는 민사사건인 신용정보 유출사건에 대해 형벌적 성격을 띠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용하는 게 '과도한 규제'라며 반대 입장을 보였다. 반면 야당에서는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구제 방안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결국 정부와 여야는 금융회사의 신용정보 보호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실효성 있는 제재수단을 도입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금융회사로 하여금 피해액의 3배 이내를 보상하도록 하는 내용의 합의안을 이끌어냈다. 다만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적용 시점은 개정안 통과 후 첫 정보유출 사례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집단소송제·배상명령제 등의 피해구제책 역시 법체계상의 문제점을 감안해 일단 도입하지 않는 쪽으로 정리됐다.
개인 신용정보를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기관도 설립된다. 현재는 금융투자협회·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여신금융협회 등의 금융기관이 개인 신용정보를 공유하며 중복 관리하고 있는 탓에 외부 유출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하나의 공공기관이 신용정보를 집중 관리하게 되면 공공성과 중립성을 바탕으로 보다 강화된 개인정보보호 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는 게 정무위 소속 여야 의원들의 설명이다.
CB사가 금융기관으로부터 제공 받은 신용정보를 가공해 영리사업을 하는 것도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그동안 CB사는 가공된 신용정보를 활용해 수익을 창출해왔다.
아울러 개정안에는 금융회사가 개인의 사전 동의 없이 휴대폰 문자메시지 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대출 권유 등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정무위는 이날 차명계좌 거래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통과시켰다.
개정안에 따르면 불법 자금을 은닉하거나 세탁하기 위한 목적의 차명계좌 개설은 원칙적으로 금지되며 이를 위반할 경우 계좌 실소유주와 명의자 모두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불법 차명거래를 중개한 금융회사의 임직원들도 제재를 받는다.
만일 계좌 실소유주가 재산을 되찾으려면 재판절차를 거쳐야 한다. 즉 재판과정에서 실소유주가 차명계좌의 적법성을 직접 밝혀야 하기 때문에 불법거래를 사전에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는 게 정무위 측 설명이다.
이날 법안심사소위에서 통과된 법안들은 5월1일 정무위 전체회의를 거쳐 2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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