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키다리 아저씨'가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올해도 성탄을 앞두고 1억2,000만여원을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해 화제다. 4년 동안 그가 익명으로 기부한 돈은 총 6억원 가까이 된다.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후4시께 '성금을 기부하고 싶다. 근처 식당으로 잠깐 나와 달라'는 내용의 전화가 걸려왔다.
김미정 모금사업팀장은 해마다 모금회에 1억원 이상을 익명 기부하는 키다리 아저씨임을 직감했다.
식당에서 지인과 함께 식사하던 60대 남성은 바삐 달려온 김 팀장에게 "이거 받으이소"라며 봉투 한 장을 건넸다.
1억2,000만여원짜리 수표 한 장과 '꼭 필요한 곳에 도움이 되도록 사용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적은 메모가 들어 있었다.
키다리 아저씨는 봉투를 받아든 김 팀장에게 "정부 지원이 미치지 않는 가장 소외된 이웃에게 잘 써달라"고 당부했다.
모금회 관계자들은 그가 여윳돈이 아닌 적금을 들어 차곡차곡 모아온 돈을 기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키다리 아저씨는 2012년 1월 처음으로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방문해 익명으로 1억원을 기부했다. 같은 해 12월 모금회 사무실 근처 국밥집에 직원을 불러내 1억2,300만여원을 건넸고 이듬해 12월에도 사무실 근처에서 직원에게 1억2,400만여원을 전달했다. 지금까지 키다리 아저씨가 기부한 금액은 5억9,600만여원에 달한다.
박용훈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은 "해마다 잊지 않고 거액을 기부해주신 키다리 아저씨께 시민을 대신해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소중한 성금을 소외된 이웃에게 잘 전달해 꿈과 희망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23일부터 내년 1월31일까지 69억5,000만원을 목표로 모금하고 있는 대구사회공동모금회에는 지금까지 27억8,000만여원이 모여 '사랑의 온도'가 40도를 기록하고 있다. /대구=손성락기자 ssr@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