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가 민간 채권단과 국채교환 협상에 성공하면서 디폴트(채무불이행)라는 최악의 위기는 피하면서 한숨을 돌리게 됐다. 하지만 천문학적 규모의 부채와 정치적 불안, 경기침체 등 지뢰밭이 곳곳에 널려 있어 그리스가 국가부도를 피하는 데 6개월 정도의 시간만 벌었을 뿐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그리스 국채교환 참여 여부 통보를 마감한 결과 참여 의사를 밝힌 민간 채권단 비율이 85.8%(1,720억유로)에 달했다. 이번 협상 타결로 그리스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2차 구제금융을 받게 된다.
AFP통신은 그리스 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국채교환 거래가 사실상 성사됐다"고 전했다. 이번 교환 대상 그리스 국채는 총 2,060억유로다. 그리스 의회가 도입한 '집단행동조항(CACs)'에 따라 이 중 민간 채권단 3분의2(참여율 75%) 이상이 동의하면 그리스 정부는 미참여 국채의 교환을 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참여율은 95.7%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민간 채권단은 그리스 국채에 대해 1,070억유로를 탕감하고 나머지는 최고 30년 만기 국채와 2년 만기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채권으로 교환하기로 합의했다. 민간 채권단의 손실률은 53.5%이지만 순현재 가치 기준으로는 75% 수준에 달한다.
이 때문에 막대한 손실을 떠안게 된 민간 채권단은 협상 초반 크게 반발하며 저조한 참여율을 나타냈다. 참여율이 75%를 밑돌면 워크아웃(채무 구조조정)이 중단되고 오는 20일 만기인 145억유로 규모의 국채를 상환하지 못해 그리스는 국가부도 상황에 이르게 된다. 국채교환은 그리스 2차 구제금융 지원의 핵심이다. 유로존은 국채교환 실패시 1,300억유로의 구제금융 지원 불가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이번 합의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로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리스 부채규모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169%에 달한다. 1차 구제금융의 대가로 시행된 긴축 여파로 경기침체가 깊어지면서 부채감축이 어려운 실정이다.
여기에 유로존의 2차 구제금융 승인의 대가로 그리스 정부와 집권당이 민간 부문 임금삭감 등을 담은 2차 긴축안에 합의한 상태여서 향후 경기전망이 잿빛이다. 5월 조기 총선도 불안요인이다. 집권당이 패배하면 2차 긴축안이 물거품이 될 수 있어 2차 구제금융 지원이 원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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