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6,000억달러 규모의 2차 양적완화 발표에도 불구하고 국채금리가 장기물을 중심으로 상승하면서 양적완화 조치의 실패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10일 실시된 160억달러 규모의 30년만기 국채 입찰에서 낙찰금리는 연 4.320%로 결정됐다. 이는 지난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며 시장의 예상치를 넘어선 것. 30년 만기 국채가격은 벤 버냉키 FRB의장이 잭슨홀 미팅에서 '2단계 양적완화(QE2)'조치를 시사하기 직전인 지난 8월26일이후 약 12%나 급락했다. 금리는 연 3.53%에서 연 4.239%로 올랐다. 특히 지난 3일 양적완화 발표 후 5일 연속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다. 이같은 금리상승은 30년 국채가 FRB 매입대상에서 배제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매입대상인 10년 만기 국채 가격까지 하락하고 있는 점은 의외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 8월26일 당시 연 2.50%에서 최근 연 2.657%로 올랐다. 채권을 사들이면 채권값은 오르고 채권수익률은 떨어지게 일반적이다. 또 이 같은 금리상승은 최근 유럽의 재정문제가 다시 불거진 점을 감안할 때 예상을 벗어난 흐름이다. 과거에는 유럽의 문제가 불거지면 안전자산으로 간주되는 미국국채에 수요가 몰려 금리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금리 상승과 관련, FRB의 시장개입이 과도해 인플레이션이 예상외로 빨리 찾아올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WSJ는 FRB이 금리 상승이나 정책 신뢰가 의심받는 상황을 너무 오래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금융시장에서 연준의 신뢰도가 떨어지면 통화신용 정책의 효과가 낮아지고 금리나 물가상승에 대한 연준의 통제력도 상실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투자자문업체 글리처 앤 컴퍼니의 러스 서토 채권거래부문 공동책임자는 “중앙은행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신뢰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면서 “연준이 시작도 하기 전에 이번 조치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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