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국정 현안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특히 최근 등록금 인하를 놓고 당ㆍ청 갈등으로 비쳐지는 등 정권 말 위축된 청와대의 정책추진력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24일 열린 확대비서관회의에서 "청와대는 양처럼 순하다가도 곰처럼 뚝심 있어야 하고 때로는 사자의 무서움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실장은 이어 이순신 장군의 물동심진력(勿動心盡力ㆍ마음을 동요치 말고 힘을 다한다)을 언급하며 "청와대는 정책의 최종책임, 무한책임을 진다는 각오로 모든 일에 당당하게 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임 실장의 이 같은 말은 최근 정책추진에서 부처 간 이견, 당ㆍ정 이견을 청와대가 제대로 조율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의 표를 의식한 일방통행식 행태에 대해 청와대가 무기력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지난 23일 발표된 등록금대책은 청와대 무기력증의 단적인 사례다. 여당은 정부는 물론 청와대의 조율도 없이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생각에 설익은 대책을 발표했고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의 회담을 앞둔 청와대는 발표시기가 아쉽다는 표현 외에 손을 놓았다. 이후 당ㆍ정ㆍ청 9인 회동을 통해 뒤늦게 조율에 나섰지만 이미 모양새는 빠질 대로 빠졌다. 이 외에도 소득세ㆍ법인세 감세 철회 문제, 일반의약품(OTC) 슈퍼마켓 판매, 대검 중수부 폐지 등에서도 청와대는 여의도에 밀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임 실장은 정권 말기 해이해진 청와대 내의 기강에 대해서도 말을 아끼지 않았다. "청와대는 목표를 공유하지 않으면 기능할 수 없다"며 "국민을 감동시키는 무언가를 만들어야 우리가 여기서 일하는 의미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는 오전9시부터 3시간30분 동안 진행됐으며 이례적으로 참석비서관 모두에게 발언 기회가 주어졌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