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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로 집을 사려니 매도자들이 자꾸 호가를 올려 선뜻 계약을 못하겠더군요. 경매로 사면 싸게 살 수 있을 것 같아 나왔습니다."
15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경매6계. 입찰 결과를 발표하는 11시10분이 되자 200석 가까운 좌석이 빼곡히 들어찼다. 이날 경매로 나온 물건은 36건. 이 중 입찰자가 없어 유찰된 17건을 제외한 19건이 낙찰자를 찾았다.
최근 주택거래 회복세를 반영하듯 입찰자들의 관심사는 단연 주택이었다. 낙찰된 9개 주택 모두 입찰자가 대거 몰리면서 치열한 경쟁이 이뤄졌다.
가장 경쟁이 치열했던 물건은 22명이 몰린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K아파트였다. 최저입찰가격 2억8,800만원에 나온 이 물건은 치열한 경쟁 끝에 감정가 3억6,000만원에 육박하는 3억5,399만원에 낙찰가격이 결정됐다. 특히 낙찰자는 경북 거주자여서 눈길을 끌었다. 그는 "22명이나 입찰해 떨어질 줄 알았는데 낙찰 받게 돼서 다행"이라며 "서울에 있는 아들들이 거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권 아파트 역시 이날 경매에서 인기를 끌었다. 감정가 7억원, 최저입찰가 5억6,000만원인 강남구 대치동 S아파트 85㎡에는 9명이 입찰했는데 역시 감정가에 근접한 6억7,130만원을 써낸 박모씨가 가져갔다. 박씨는 "투자보다는 실입주 목적으로 낙찰 받은 것"이라며 "시세보다 싸게 받은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처럼 경매에서 아파트와 다세대 등 주택의 경쟁이 치열해진 것은 정부의 부동산규제 완화 기조로 집값이 오름세로 돌아서면서 부담을 느낀 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경매 시장을 찾아나서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날 경매 법정에는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온 젊은 부부도 눈에 띄었다.
경매가 내 집 마련의 수단으로 자리잡으면서 입찰자 간 경쟁도 치열해진 모습이었다. 감정가가 2억8,700만원이었던 동작구 사당동의 한 다세대주택은 낙찰자와 2위 입찰자의 입찰가격 차이가 100만원에 불과했다. 8명이 입찰한 성북구 정릉동의 다세대주택 역시 이 격차가 300만원이었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투자자가 많았던 예전의 경매 법정과 달리 실수요자 위주로 경매 시장이 움직이는 모습"이라며 "1위와 2위의 입찰가 차이가 적다는 것은 이를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10월 서울 아파트의 감정가 대비 낙찰가율은 90.4%로 지난 7월 86.5%에 비해 3.9%포인트나 올랐다. 다세대주택 역시 같은 기간 77.3%에서 78.3%로 꾸준히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 선임연구원은 "최근 경기가 좋아지면서 경매 시장에 새로 나오는 물건이 줄어들고 있다"며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섣부른 고가낙찰을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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