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최고 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가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을 ‘흡수통일’ 논리라며 거부 의사를 명확히 해, 남북관계 경색이 당분간 불가피해졌다. 6자회담 재개 또한 서로간 접촉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과 달리 각 국간의 셈법이 달라 재개 여부도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북한 국방위는 지난 12일 “독일은 흡수통일로 이루어진 나라”라며 “바로 그곳에서 박근혜가 자기가 구상하고 있다는 ‘통일’에 대해 입을 놀렸다는 것만으로도 불순한 속내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고 비난했다. 북한이 언론 매체를 통해 드레스덴 선언을 비난한 적은 있지만, 공식 기관이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담화는 드레스덴 선언에 담긴 3대 제안에 대해서도 “북남관계 개선과 발전과는 거리가 먼 부차적인 것들 뿐”이라며 “상봉이나 지원에 따른 인도주의적 문제 해결이 북남관계 개선의 선차적인 고리가 아니다”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국방위의 이번 발언이 박 대통령을 실명 비난하고 드레스덴 선언에 나온 문구를 조목조목 반박했다는 점에서 향후 남북관계 개선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지난 11일 국회에 출석해 “(남북통일의) 기본은 평화통일이 중요하며, 흡수 통일을 추구하고 있지 않다”며 북측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애썼지만 국방위의 이번 발언으로 머쓱해졌다는 평가다.
김용현 동국대 북학한과 교수는 “실제 드레스덴 선언은 북한이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을 나열한 측면이 강하다”며 “우리 정부는 향후 몇 년 내에 남북관계와 관련해 획기적결과물을 만들어야겠다는 의지가 강한 반면, 북한은 김정은 체제 구축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남북관계가 이렇듯 경색국면을 맞게 되자 6자회담 재개를 통한 북핵문제 해결에도 관심이모아지고 있다. 실제 우리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황준국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지난주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간 회동을 가졌으며 지난 12일부터 이틀간은 중국을 방문해 우다웨이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이야기를 나눴다. 우다웨이 대표 또한 지난달 북한을 방문해 6자회담 재개 방안을 논의했으며 오는 14일에는 미국을 방문해 북핵 문제를 조율할 방침이다.
다만 6자회담 재개 방안과 관련해 각국의 온도차가 있어 실제 재개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최근 “한미일이 6자회담 재개 전제조건으로 북측에 내세우고 있는 ‘비핵화 사전조치’를 유연하게 적용할 생각이 있다”고 밝히는 등, 우리측은 유연한 대북 정책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반면 젠 사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 정책은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다”며 “분명히 북한이 취해야할 조치들이 있으며 공은 여전히 북한에 넘어가있다”며 기존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과 마찬가지로 “조건없는 6자회담 재개가 필요하다”는 입장에서 변화가 없는데다 중국의 역할을 강조하는 한미일 3국의 압박을 부담스러워 하는 상황이다. 한 대북 전문가는 “오는 18일 한미 합동군사 훈련 종료 이후 내놓을 북한의 반응과 2주뒤 방한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대북 메시지가 향후 한반도 정세의 흐림을 결정한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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