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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좋은데 임금 왜 깎아" 영국 CEO들 반발

주주들 삭감 움직임에 균형잡힌 시각 촉구

미국에 이어 영국에서도 대기업 주주들이 일명 '이사회를 점령하라'는 구호 아래 최고경영자(CEO)의 임금을 삭감할 움직임을 보이자 CEO들이 반격에 나섰다. 부진의 늪에 빠진 기업과 달리 실적이 우수한 회사 CEO의 임금까지 깎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6일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주주들이 임금을 삭감할 움직임을 보이자 대기업 경영진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표적인 것이 영국 최대 출판업체 윌리엄힐이다. 개리스 데이비스 회장은 8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랄프 토핑 CEO에게 돌아갈 120만파운드의 보너스가 증발될 위기에 처하자 "우리 회사는 침체에 빠진 다른 기업들과 다르다"며 "주주들의 균형잡힌 시각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윌리엄힐의 실적은 최근 CEO 임금에 제동이 걸린 미국 씨티그룹, 영국 바클레이스은행, 보험사인 아비바, 출판사 트리니티미러와 상반된다. 지난해 주가는 전년도에 비해 30% 가까이 치솟았으며 주주 배당금도 16% 불어났다. 경영진 입장에서는 유럽을 덮친 경제위기에서도 회사가 높은 실적을 올렸으므로 임금을 깎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9,200만달러의 보너스를 경영진에게 지급할 것으로 알려져 주주들의 구설에 오른 스탠다드차타드(SC)도 9년 연속 기록적인 순이익을 일궈냈다며 반론을 펴고 있다. 그 밖에 대형 광고회사인 WPP의 마틴 소렐 CEO도 올해 1,300만달러에 달하는 급여를 받을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자 "다른 회사들과 똑같은 잣대로 평가하지 말아달라"고 반발했다.



영국 CEO들의 이 같은 반격은 빈스 케이블 산업장관이 CEO 연봉을 결정할 때 주주의 힘을 키워주는 '주주들의 봄' 법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케이블 장관은 내년부터 주주의 75% 이상이 찬성해야 CEO 임금을 확정할 수 있는 법안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법안에 대한 CEO들의 반발로 실제 입법화될지는 미지수다. WPP 대변인은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영국 기업이 세계 유수의 경쟁자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CEO에게 합당한 보수를 줘야 한다"면서 "무분별한 연봉삭감운동은 CEO의 의욕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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