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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동남아 지진해일과 보험사의 역할

박태준 기자<금융부>

“사망자 15만여명, 이재민 500만명 넘어설 듯.” 2005년 새해가 희망 속에 시작됐지만 지난해 말 동남아시아에서 발생한 지진해일에 따른 피해 규모는 끔찍할 정도로 늘어만 가고 있다. 신혼여행이나 연말 휴가를 즐기러 따뜻한 휴양지를 찾았던 여러 명의 한국인들도 참변을 당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ㆍ실종자만 20명, 연락두절은 336명에 이른다. 세계 각국, 사회 이곳저곳에서 구호의 목소리가 높은 이때,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하는 곳이 있다. 바로 손해보험사다. 손보사들은 동남아 관광을 떠난 대부분의 여행객들에게 여행자보험을 판매했다. 통상 여행 중 사망하면 1억원, 부상을 당하게 되면 수백만원을 지급하는 상해보험의 일종이다. 그러나 손보사들은 이번 동남아 쓰나미 피해는 천재지변으로 인한 것이라며 보험금 지급을 하지 않기로 했다. 한 외국계 손보사가 지난해 12월30일 자사 여행자보험 계약자에 대해 보험금 지급을 결정한 후에도 국내 손보사들은 회의까지 열어가며 ‘보험금 지급 불가’에 공동 보조를 취했다. 물론 천재지변으로 발생한 계약자의 피해는 상해보험 약관상 보험사의 면책조항에 포함된다. 하지만 ‘보험은 예기치 않은 사고와 위험에 대비하는 경제적 수단’임을 강조하는 보험사들이 유래없는 대재난으로 피해를 입은 고객들과 유가족 앞에서 ‘면책 조항’만을 되풀이해야 할까. 손보업계는 지난 99년 집중호우로 국내에 큰 피해가 났을 때도 면책임을 강조하다 소비자들의 반발에 부딪혀 부랴부랴 약관을 수정해 홍수와 태풍은 면책조항에서 삭제한 바 있다. 또 손보사들은 내년부터 여행자보험 약관을 고쳐 지진이나 해일에 따른 피해도 보상한다는 계획이다. 그렇게 결정했다면 지금 당장 약정된 보험금의 일부라도 지급해 뜻밖의 재난을 당한 피해자와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것이 ‘보험, 그리고 보험사의 역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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