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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고 가난한 예술가들에 작은 격려 됐으면"

“젊고 가난한 예술가들에게 힘 됐으면”


“젊은 시절 백남준은 가난한 예술가였습니다. 이 책이 젊고 가난한 예술가들에게 작은 힘과 격려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고(故) 백남준(1932~2006)의 미망인 구보타 시게코(久保田成子ㆍ73ㆍ사진) 여사가 회고록 ‘나의 사랑, 백남준’출간을 맞아 방한했다. 이 책은 연인으로, 아내로, 예술적 동반자로 40여 년을 함께 하며 지켜보았던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삶과 예술, 둘 사이의 내밀한 이야기들을 그려내고 있다. 구보타 여사는 20일 서울에서 출간간담회를 갖고 “예술은 미국 월스트리트보다 더 많은 기회가 있는 분야고 열심히 하면 백남준처럼 훌륭한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걸 이야기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1937년 일본에서 태어난 구보타 여사는 1960년 도쿄 교육대학 조소과를 졸업한 뒤 중학교 미술교사로 재직중 1964년 백남준의 도쿄 공연에서 충격을 받고 그 해 뉴욕으로 날아가 백남준과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다. 그 때부터 2006년 백남준이 타계할 때까지 함께 해왔고 현재 뉴욕에서 예술가로 활동하고 있다. 책에는 10년간 연인으로 지냈지만 결혼만은 거부했던 백남준이 돌연 청혼한 이야기, ‘TV 부처’ ‘야곱의 사다리’ 등 백남준을 현대미술의 거장 반열에 올려놓은 작품들의 탄생 비화가 들어 있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음악으로 달랬던 말년의 삶도 공개한다. 구보타 여사는 비상한 기억력의 소유자였지만 한편으로는 소지품을 잘 챙기지 못하는 건망증을 가졌던 백남준의 인간적인 면도 소개했다. “소지품 못 챙기는 면에서는 어린아이보다 심했죠. 그래서 책을 가지고 나가면 십중팔구 빈손으로 돌아왔고 어디다 두고 왔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했어요. 산책길에 떨어뜨린 수표책을 이웃사람이 발견해 돌려주었던 적도 한두번이 아니었죠. 남준이 자신의 발명품이자 트레이드 마크인 커다란 주머니가 달린 셔츠를 노상 입고 다닌 것도 실은 이 때문이었어요.” 당뇨병 때문에 피로를 쉽게 느껴 아무데서나 잠을 청했던 버릇, 한끼 식사로 고기와 생선을 같이 먹거나 익지도 않은 베이컨을 집어먹는 식습관 등 아내가 아니면 쉽게 알지 못하는 얘기들도 담았다. 우리나라 최초의 재벌가 막내아들로 태어났지만 어려움을 겪어야 됐던 백남준의 어린 시절과 성장 과정도 들려준다. 그는 “오늘이 공교롭게도 백남준의 78번째 생일”이라며 “그는 재능 있는 천재였고, 예술을 위해 태어났다고 해도 좋을 만큼 오로지 창작에만 몰두했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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