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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3월27일] <1354> 기아작전


1945년 3월27일, 어둠이 깔린 시모노세키항. 공습경보가 요란하게 울렸다. 일본인들은 잔뜩 긴장했지만 미군의 B-29폭격기 편대는 바다로 뭔가를 떨어뜨린 채 사라졌다. 요코하마와 오사카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도심 폭격을 피했다는 한숨은 잠시뿐, 얼마 안 지나 절망에 빠졌다. B-29가 투하한 것은 50여발의 기뢰였기 때문이다. 바다를 떠다니다 접근하는 철제선박을 파괴하는 기뢰는 일본 선박들의 발목을 잡았다. 해상봉쇄로 일본으로의 원자재와 식량 유입을 차단하려던 미군은 여기에 ‘기아작전(Operation Starvation)’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작전이 종료된 7월 중순까지 미군의 B-29폭격기 160여대는 1,529회 출격해 1만2,135개의 기뢰를 쏟아 부었다. 일본은 소해정을 총동원해 기뢰 색출에 나섰으나 파괴한 기뢰는 전체의 5.7%에 그쳐 해상운송망이 막혔다. 고베항의 경우 입항실적이 3월 32만톤에서 7월 4만여톤으로 줄어들었다. 미군의 기뢰에 침몰되거나 손상된 선박은 670여척, 125만톤에 이르렀다. 미군의 손실은 B-29 격추 단 15대. 작전의 이름대로 일본은 기아에 허덕였다. 현해탄에는 집중적으로 기뢰가 부설돼 조선으로부터의 식량공급도 끊겼다. 작전 말기에는 진해와 부산ㆍ청진ㆍ원산 등의 앞바다에도 기뢰가 깔렸다. 전후 일본 측은 ‘원자폭탄 투하 직후 무조건 항복을 결정한 게 사실이지만 기뢰를 통한 해상봉쇄가 시작된 이래 패전이 기정사실로 굳어졌다’며 ‘기아작전이 일찍 시작됐다면 종전도 당겨졌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미군도 가장 효율적인 전략으로 기아작전을 꼽았다. 기아작전이 남의 일 같지 않다. 한반도 유사시, 피아 모두 주요 항만 봉쇄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다시는 이 땅에서 전쟁이 없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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