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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화 국회의장이 27일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선거구 획정을 위한 중재 작업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행 선거구의 법적 유효 시한이 나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연말까지 여야 논의를 지켜본 뒤 끝내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면 직권상정 카드를 꺼내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한 것이다.
정 의장은 이날 오후 선거구 획정과 쟁점법안 협의를 위한 여야 '2+2(대표·원내대표)' 회동에서 "선거구 획정 협상과 관련한 중재 역할을 오늘 끝내도록 하겠다"며 "연말까지 기다려본 후 입법 비상사태가 생기면 그때는 '특단의 조치'를 이행하지 않을 수 없으니 양해해달라"고 밝혔다.
현재 여야는 선거구 인구 편차를 3대1에서 2대1로 조정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라 지역구 의석을 246석에서 253석으로 늘리는 대신 비례대표를 54석에서 47석으로 줄이는 방안에 잠정 합의했다.
하지만 비례성 확보를 놓고 여전히 의견이 팽팽히 갈리면서 선거구 획정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앞서 지난 24일 회동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정당 득표율 3∼5%인 정당에는 3석을, 5% 이상에는 4석을 우선 배정하는 방식의 절충안을 내놓았으나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 붕괴를 우려하며 거부한 바 있다.
선거 연령 역시 "2017년 1월부터 18세 이하로 하향 조정하자"는 야당의 주장과 "현행 유지"를 원하는 여당의 입장이 맞서고 있다.
또 쟁점 법안 처리를 위해 26일 상임위원회별로 '릴레이 협상'을 가진 데 이어 이날도 지도부 간 집중 논의를 펼쳤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경우 야당은 우선 보건·의료 분야를 제외한 법안을 통과시킨 뒤 관련 소위를 설치해 심층적인 논의를 이어가자는 입장이지만 여당은 "보건·의료 분야가 서비스산업의 핵심"이라는 점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 역시 야당은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 "조선·철강·유화는 대기업도 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절충안을 제시했으나 새누리당은 "업종을 제한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북한인권법에 대해서도 관련 재단 구성을 놓고 여당은 정부와 여야가 각각 3분의1씩 추천하는 방식을 주장하고 있지만 야당은 정부를 배제하고 여야가 동수로 추천해야 한다고 맞서는 등 이견이 적지 않은 상태다.
이처럼 쟁점 법안을 둘러싼 여야 논의가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못하면서 북한인권법과 테러방지법, 노동 5법 등을 포함한 9개 법안의 연내 일괄처리는 점점 불투명해지고 있다. 정 의장은 "특수한 상황이니만큼 5일간의 숙려 기간은 양해해달라고 법사위원장에게 부탁했다"며 "여야가 마지막 열쇠를 잘 풀어서 (선거법 개정안과 쟁점 법안 등이) 31일 본회의에서 통과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나윤석·박형윤기자 nagija@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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