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부터 부동산간접투자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운용사(AMC) 규모가 작고 수가 많지 않은 리츠(REITs)가 부동산펀드(REF) 설정 건수를 앞지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오피스 가격의 상승, 미국의 금리 인상 등으로 부동산펀드의 경우 투자에 신중을 기하는 반면 리츠는 물류센터와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 등으로 투자 자산 다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1월 이후 리츠 설정 건수, 부동산펀드 앞질러=젠스타와 한국리츠협회·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11월 이후 이달 27일까지 신규 영업인가 신청(자기관리리츠의 추가 자산 취득에 따른 변경인가 신청 포함)을 한 리츠는 14건을 기록했다. 반면 부동산펀드는 이 기간 동안 6건에 그쳤다.
이는 이례적인 일이다. 부동산펀드 운용사들이 리츠 운용사 보다 많고, 규모가 크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부동산펀드 설정 건수가 많다.
실제 올해 1~10월까지 설정된 부동산펀드는 총 156건인 반면 리츠는 32건으로 5분의 1 수준이다.
연말 들어 리츠와 부동산펀드의 상황이 바뀐 것은 부동산펀드의 주 투자 대상인 오피스 시장의 변화 때문이다. 가격이 오른 데다 공실률이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인상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한 예로 지난달 대우조선해양 사옥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시장 상황 악화로 기관투자자들의 자금을 끌어모으지 못했다.
반면 리츠는 전통적인 투자 대상인 오피스 뿐만 아니라 주택·물류·리테일 등으로 투자 자산을 다변화하면서 설정 건수가 크게 늘었다. 실제 지난 11월 이후 인가 신청을 낸 14개의 리츠 중 주택에 투자하는 곳이 전체의 절반을 넘는 8건을 차지했다.
송기욱 젠스타 연구원은 "부동산펀드는 안정적인 투자로 몸을 추스리고 있는 반면 리츠는 다양한 상품 유형이 고루 출시되면서 고위험·고수익 형태의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인가 건수 역대 최대..웃을 수 없는 리츠 업계=현재 추세대로라면 올해 리츠 인가 건수는 지난 2011년 32건을 훌쩍 뛰어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실적에도 불구하고 리츠 업계의 연말 분위기는 우울하기 짝이 없다. 올해 리츠 인가 건수가 크게 늘어난 것은 정부가 뉴스테이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리츠를 적극 활용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3년 인가된 주택 리츠는 2개, 작년에는 12개에 그쳤으나 올해는 현재까지 주택 관련 리츠만 20개가 넘는다. 리츠 운용사 한 관계자는 "올해 뉴스테이로 인해 리츠 인가 건수가 크게 늘었지만 뉴스테이의 경우 수익성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아울러 경쟁도 더욱 치열해 질 전망이다. 지난 10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사모펀드 운용사 설립이 쉬워진 데 따른 것. 여기에 최근 금융위원회에서 부동산펀드 규제 완화를 추진 하면서 리츠 업계의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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