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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등 돌린 글로벌 자금

근본적 구조개혁 외면에 회의감

증시 유입액 작년보다 94% 급감


글로벌 자본이 일본에 등을 돌리고 있다.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에 힘입어 지난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외국인들의 일본 증시 투자금액이 올해 94% 급감했다. 통화·재정부양에만 의존한 채 근본적인 구조개혁을 도외시하는 일본 경제에 대한 회의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외국인들의 일본 증시 순유입액은 8,980억엔(약 8조1,925억원)에 그쳐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15조1,000억엔·137조7,588억원)의 10분의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적은 수준으로 지난해 3월 한달분의 유입액이 올해 일본 증시 전체 외국인 투자액보다 3배 가까이 많을 정도다.

지난해만 해도 해외 투자가들은 아베노믹스에 대한 기대감으로 '일본 사들이기'에 거침이 없었다. 그러나 아베 신조 총리가 집권 초 약속한 이른바 '세 개의 화살' 가운데 통화·재정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에만 공을 들인 반면 나머지 한 개의 화살, 즉 구조개혁을 등한시하면서 일본 경제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은 불과 1년 만에 싸늘하게 식어버렸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미쓰이스미토모신탁운용의 세라 아야코 시장 전략가는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한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며 "현재로서는 그것이 존재하지 않고 이 때문에 외국인들이 일본 증시에 더 이상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2012년 말 아베 2기 내각 출범 후 일본 경제 특유의 강점도 사라져버렸다는 지적이다. 아베노믹스로 인한 엔화약세로 수입 원자재 및 금속·건설자재 등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일본이 자랑하는 '작지만 강한 기업'들이 원가 부담을 못 이겨 문을 닫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데이코쿠데이터뱅크의 최근 집계 결과 올해 일본의 도산기업 수는 지난해 대비 3배 가까이 늘어났고 이 중 대부분이 도심 외곽에 위치한 중소기업이었다. 실제 자동차·기술 기업의 집산지이자 일본 제조 중소기업의 메카인 도쿄 오타 지구 내 공장은 현재 1,738개로 2008년의 4,362개에 비해 절반 이상 줄었다.

미국 MV파이낸셜의 카트리나 램 투자전략·리서치헤드는 "일본판 페이스북이나 구글이 도대체 어디에 있느냐"라며 "일본 경제는 글로벌 리더로서의 지위를 잃어버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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