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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1월 20일] 탕평인가, 실력인가

이명박 대통령은 19일 오후 기획재정부 장관에 윤증현 전 금융감독위원장을 내정하는 등 장관급 4명을 교체하는 중폭의 개각을 단행했다. 전날 국가정보원장ㆍ경찰청장 등 4대 권력기관장 인사에 이어 이날 발표된 차관급 15명까지 포함하면 대규모다. 이번 인사는 이 대통령이 지난해 말부터 주창해온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속도전’의 일환으로 다소 늦은 감은 있으나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틀에 걸쳐 나타난 인사의 면면을 볼 때 ‘유감’스러운 점이 있다. 일단 이번 인사는 ‘코드 관료의 귀환’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색깔이 불분명하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실물위기로 옮겨 붙어 2차 금융위기까지 거론되는 다급한 상황임에도 이번 인사는 국민적 단합을 호소하는 ‘탕평’도, 위기극복을 위해 외부전문가그룹을 대체하는 ‘실력’ 인사도 아니라는 평가다. 오히려 지난 대선기간 동안 이 대통령과 가까운 거리에 있던 인사들을 대거 중용한 ‘코드 인사’에 가깝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당장 4대 권력기관장 인사에서 드러났듯이 지역적으로는 대구ㆍ경북(TK) 인사들이 대거 부상하는 모양새며 또 퇴진했던 1기 청와대 멤버들이 정부조직으로 되돌아오는 ‘회전문’ 인사의 모습도 보인다. 한나라당 등 정치인 관련 입각이 전혀 없는 것도 우려스럽다. 이 대통령이 그동안 여의도식 정치에 과민한 거부반응을 보인 것을 알고 있지만 국민적 단합이 필요한 시점에서 정치인 입각을 전면 배제한 것은 앞으로 국정운용의 여러 곳에서 부작용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돌이켜보면 이명박 정부 1년차의 가장 큰 문제는 정치 문제였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부터 최근의 쟁점법안 처리에서도 나타났듯이 ‘MB식 개혁’은 번번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여기다 서울대 법대 등 특정 학맥의 지나친 부상도 문제다. 이틀 동안 내정된 장관급 5명 중 서울대 법대 출신 인사가 3명이나 된다. ‘고소영 S라인(고대ㆍ소망교회ㆍ영남ㆍ서울시청 출신)’ 등의 비판을 받아온 1기 인사의 문제점에다 또 다른 S라인(서울대)이 추가된 양상이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 등 여당 일각에서 벌써부터 한승수 총리를 비롯한 6~7월 전면 개각설이 나오고 있는 점을 청와대는 되씹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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