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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사모펀드 '힘겨루기'
입력2004-05-12 16:11:36
수정
2004.05.12 16:11:36
지난 11일 오전 공정거래위원회의 정례브리핑자리. 조학국 부위원장은 대뜸 “재경부가 사전에 말만 건넸을 뿐 기자설명회 다음에 입법예고안을 주었다”며 재경부가 내놓은 사모주식투자펀드(PEF) 방안에 대해 볼멘 소리를 했다. 그의 말을 듣노라면 ‘도대체 정부가 어떻게 굴러가길래, 금융권과 재계의 사활이 걸린 주요법안에 대한 협의 과정이 이토록 부실한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연은 이렇다. 지난 6일 재경부는 토종자본 육성을 위해 사모주식투자펀드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다. 취지는 좋지만 문제는 공정거래법이었다. 재경부의 의도대로라면 사모펀드를 지주회사 규정, 출자총액제한규제 등에서 예외시켜야 했다. 하지만 공정위가 선뜻 동의할리 만무했다. 재경부는 이미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 문제를 놓고 공정위와 한차례 거친 감정 싸움을 벌인 다음이었다.
다음날인 7일 재경부의 힘이 실렸다. 이날 오전에 열린 경제장관간담회에서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다짜고짜 “부처간 협의가 부족해 정부정책이 우왕좌왕한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 부총리는 예정에도 없던 기자간담회를 열어 “금융시장에 외국인에게 좌지우지 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사모펀드는 금융시장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핵심 방안”이라고 추켜올렸다. 사모펀드 활성화를 추진할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공정위로서는 억울했을 것이다. 재경부 안대로라면 대기업들은 지배목적(30%이상 출자한 경우)이 아니면, 다수의 펀드에 참여, 계열사 지분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이번에는 공정위가 힘을 보일때가 됐다. 월요일인 10일 김근태 열린우리당 전원내대표가 이 부총리를 전격 방문, 기자들까지 전부 배석시킨 상태에서 부총리를 향해 ‘강력한 개혁의지’를 표명하고 돌아갔다. 이날 공정위 관계자들은 “여당이 공정위에 힘을 실어줬다”며 반가운 기색을 보였다.
경제상황은 점점 더 불확실해 지는데 서민들은 못살겠다고 아우성인데, 경제부처 내에서조차 대화는 실종하고, 힘 겨루기로 얼룩지고 있다. 경제부처들은 “도대체 어느 나라 공무원이냐”는 막말이 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경제부 현상경기자 hs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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