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고] 시장경쟁과 M&A심사
입력2004-09-23 16:21:20
수정
2004.09.23 16:21:20
장항석 공정거래위원회 독점국장
[기고] 시장경쟁과 M&A심사
장항석 공정거래위원회 독점국장
장항석 공정거래위원회 독점국장
기업간 M&A(인수ㆍ합병)가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M&A는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으로 주식취득ㆍ임원겸임ㆍ합병ㆍ영업양수 및 새로운 회사설립 참여 등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형태상으로는 동종업체간 수평결합, 이종업체간 혼합결합 및 수직적 거래관계에 있는 업체간 수직결합으로 구분된다.
M&A는 기업차원에서 경쟁력확보와 성장을 위한 수단이 되는 반면 시장전체로 볼 때는 독과점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는 등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경쟁법을 보유 중인 80여개 국가들이 결합심사제도를 운영 중이며 경쟁법에서 결합심사가 카르텔규제와 더불어 핵심 위치를 차지한다.
결합심사제도는 시장집중도, 해외경쟁의 도입수준 및 국제적 경쟁상황, 신규진입의 가능성, 경쟁업체간 공동행위의 가능성, 시장봉쇄효과, 잠재적 경쟁저해성 등을 종합 분석해 경쟁제한성 여부를 판단한다.
기업결합에 대해 엄격하게 심사 중인 선진국 사례를 보면 미국 FTC는 지난 97년 대형 사무용품 판매시장 2위인 스테이플스와 1위인 오피스데포 결합건에 대해 결합 전 경쟁이 치열했고 결합 후 잠재적 경쟁 가능성이 사라져 가격인상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 등을 고려, 결합자체를 금지시켰다.
EU당국도 2000년 미국 통신업체들인 MCI월드콤과 스프린트 결합건에 대해 EU의 인터넷 접속망시장에서 독점력을 확보하게 된다는 이유로 금지했으며 2001년에는 항공기엔진사업 등을 영위하는 GE와 항공전자부품을 생산하는 하니웰간 결합에 대해 GE의 지배력이 항공전자부품시장으로 확대돼 시장봉쇄 효과를 초래한다며 금지하는 등 주로 구조적 조치를 위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M&A가 늘어남에 따라 연 600여건의 기업결합 신고사건을 처리하고 있다. 이중 경쟁제한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경쟁 업체간 수평결합이 30%정도 차지하고 있으며 전체 기업결합 신고건 중 시정조치가 부과되는 비율은 1%정도로 미국의 3~4%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얼마 전 공정위는 삼익악기의 영창악기 인수건과 INI스틸컨소시엄의 한보철강 인수건에 대해 주식매각 및 일부자산의 매각조치를 했다.
삼익악기건은 두사업자가 하나로 합쳐져 시장에서 경쟁이 사라져서 독점화가 이뤄지는 대표적 경우로 해외경쟁이 결합당사 회사의 시장지배력을 상쇄할 정도로 도입되기는 어렵다는 점, 덜 경쟁 제한적인 기업결합이 가능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었다.
INI스틸컨소시엄건은 결합으로 철근시장 점유율증가가 크지 않고 열연코일 및 냉연강판시장에서는 시장구조를 경쟁적으로 만드는 효과가 인정돼 문제가 있는 철근시장에 대해서만 일부 자산매각 조치 등을 부과한 건이었다.
몇해 전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건, 현대자동차의 기아자동차 인수건과 비교해 일부 지적이 있으나 SK텔레콤건은 경쟁업체가 다수 있고 이미 요금규제를 받고 있는 점 및 통신망 통합, 중복투자 회피 등의 효율성 효과가 인정돼서, 현대차건은 구조조정을 통한 산업합리화 및 국제경쟁력 강화 효과가 인정돼 이번 경우와는 여러 차이가 있다.
글로벌경제에서 결합심사가 인수합병으로 덩치를 키우는 것을 막아 국제경쟁력을 저해한다는 주장도 있으나 잘못된 생각이다. 결합심사는 규모의 크기를 제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을 유지하고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또 글로벌경제라 하여 결합심사에 있어서 관련시장을 국경을 넘어서까지 확대하라는 의미는 아니고 해외경쟁 도입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으로서 공정위도 국내시장에서의 해외경쟁 도입여부를 충분히 반영해 심사하고 있다. 만약 해외경쟁이 국내시장에 충분히 도입돼 뭄뺑蓚耽?결합으로 인한 독점력을 상쇄할 수 있다면 결합을 문제삼지 않을 것이다.
기업결합에 대해 사전규제에서 사후감독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있으나 이는 결합심사제의 목적과 취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데 따른 것으로 여겨진다. 결합심사제는 독점이 형성되기 이전에 방지하기 위한 것이며 시장경쟁과 소비자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사전적이고 구조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글로벌경제시대에 기업들은 끊임없이 효율성을 제고해 승자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으며 기업결합은 중요한 전략적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독과점 형성 등을 위한 기업결합은 결과적으로 소비자 피해를 초래하고 기업입장에서도 독과점 지위에 안주해 기술개발, 경영개선 등을 게을리한다면 오히려 자신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으로 본다.
입력시간 : 2004-09-23 16:21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