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부터 올 들어 지난 3월까지 9개월 동안 수도권, 충청권, 기업도시 후보지 등의 토지 특이거래자가 5만4,966명에 달해 개발호재를 탄 투기열풍이 상당히 심각한 상황임을 나타냈다. 택지개발, 행정중심복합도시(행정도시) 건설, 기업도시 개발 바람을 타고 있는 이 지역에서는 22회에 걸쳐 토지를 매입한 사람과 무려 200차례 토지를 매도한 사람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6세, 8세의 미성년자가 각각 3만5,000평, 1만1,000평의 임야를 매입한 사실도 드러났다. ◇무안 등 개발호재 지역 토지거래 빈번=건설교통부는 17일 수도권, 충청권, 기업도시 후보지의 농지(전답), 임야, 나대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회 이상 매입자 ▦3,000평 이상 매입자 ▦미성년 매입자 ▦지난해 조사자 중 추가 매입자 ▦2회 이상 증여취득자 및 증여자 ▦26개 개발사업지역에서 2회 이상 매도자 등 특이거래자 수가 5만4,966명이었다고 밝혔다. 지난 9개월 동안 수도권, 충청권, 기업도시 후보지에서 토지를 매입한 개인은 모두 17만4,829명으로 거래규모는 16만972건에 2억545만평이었다. 이중 2회 이상 매입자는 2만8,860명(6만3,816건, 7,369만평)이었으며 3,000평 이상 매입자는 1만2,216명이었다. 서울에 사는 38세의 A모씨는 전남 무안 및 영암 일대 임야 등 1만평을 총 22회에 걸쳐 매입했으며 서울에 사는 50세의 B모씨는 경기 김포 일대 농지 1만6,000평을 21회에 걸쳐 매입했다. 또 서울에 사는 56세의 C모씨는 전남 광양 일대 임야 38만4,000평을 19회에 걸쳐 매입했다. 이처럼 토지를 빈번하게 매입한 사람들은 대부분 서울에 거주하며 기업도시ㆍ신도시 등을 겨냥해 땅을 매입한 흔적이 뚜렷하다. 토지의 빈번한 매도 역시 이 같은 개발호재 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전남 무안에 사는 68세의 F모씨는 이 지역 일대 농지 5만7,000평을 모두 200회에 걸쳐 매도했으며 역시 무안에 사는 72세의 G모씨는 농지 3만2,000평을 127회에 걸쳐 팔았다. 이 같은 사례는 기획부동산이 땅을 사들여 명의변경 없이 분할매각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성년자 한 사람당 1,189평 사들여=자금출처가 불분명한 미성년자는 328명으로 364건에 39만평의 토지를 매입했다. 미성년자 한 사람당 평균 1,189평을 사들인 셈이다. 서울에 사는 6세의 Q모군은 충남 보령 일대의 임야 3만5,000평을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부산에 사는 8세의 R모군은 경남 사천 일대 임야 1만1,000평을 매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에 사는 17세의 S모군 역시 기업도시 열풍이 불고 있는 전남 무안의 1만1,000평짜리 임야를 매입했다. 땅 주고받기도 활발했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증여에 의해 토지가 거래된 건수는 1만9,640건에 3,127만평이었으며 이중 2회 이상 증여를 받은 자는 1,693명, 2회 이상 증여를 한 자는 2,801명이었다. 충북 옥천의 80대 노인은 이 지역 일대 농지ㆍ임야 등 8만8,000평을 16번에 걸쳐 증여했다. 또 행정도시 예정지인 충남 연기의 77세 모씨는 농지와 임야 2만8,000평을 14번에 나눠 증여했다. 반면 경기도 양평의 29세 K모씨는 이 지역 일대 농지와 임야 1만5,000평을 12번에 걸쳐 증여받았고 부산에 사는 64세 L모씨는 경기도 파주 일대 임야 9,000평을 10번에 걸쳐 증여받았다. 이밖에 지난해 조사를 받은 사람 중 조사지역에서 추가로 토지를 매입한 사람은 6,316명(9,543건, 1,402만평)이었다. 또 김포ㆍ파주ㆍ성남 등 26개 개발사업지역에서 2회 이상 토지를 매도한 자는 모두 1만1,597명으로 매도 건수는 3만539건, 면적은 3,328만평이었다.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칠 듯=건교부는 이 같은 특이거래자의 명단과 거래내역을 국세청에 송부했으며 이중 증여거래자 명단은 각 시군구에도 통보해 토지거래허가제 위반 여부를 조사하도록 했다. 건교부는 특히 위장 증여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사법당국에 고발할 계획이다. 현행법상 토지거래허가제를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토지가격의 30%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이들 지역의 땅값이 최고 10배 이상 올라 세금이 추가 부과되더라도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건교부는 이번 조사와는 별도로 기획부동산의 토지 사기매매 등 위법행위를 조사하기 위해 전국 주요 지역에서 이뤄진 토지거래 내역을 분석하기로 했다. 건교부는 일단의 토지를 분할 또는 지분 형태로 다수인과 거래한 내역을 색출하면 이를 국세청 등 관계기관에 통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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