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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인상주의 화가들을 만나 자극받은 빈센트 반 고흐는 빛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풍경을 그리고 싶었고 아름다운 햇빛을 찾아 프랑스 남부 지역 아를로 향했다. 지난 1888년 2월 아를에 도착한 고흐를 먼저 사로잡은 것은 운하 위에 놓인 이 다리였다. 고향 네덜란드에서도 도개교(跳開橋)를 그린 적 있는 고흐에게는 반가웠을 소재다. 다리의 원래 이름은 '레지넬 다리'지만 그는 다리 관리인의 이름을 따 '랑글루아 다리'라 불렀다. 화면 오른쪽에 보이는 빨간 지붕 건물이 관리인의 초소다. 다리를 건넌 마차는 저만치 가버렸고 양산 쓴 여인이 종종걸음으로 다리를 건너고 있다. "흐르는 강물은 풍경 속에서 아름다운 에메랄드 빛과 선명한 파란색의 얼룩을 만든다"고 한 고흐의 편지글처럼 '얼룩 같은' 노란빛 물결이 인상적이다. 주황색 강둑과도 조화롭다. 고흐는 시간대와 그리는 위치를 바꿔가며 이 다리를 그렸고 여러 점의 드로잉과 유화를 남겼다. 이 작품은 '랑글루아 다리' 연작 중 완성된 마지막 그림이다. 15개월 남짓한 '아를 시대'는 고흐가 가장 열정적인 때였고 가장 왕성하게 200여점에 이르는 작품을 제작한 시기다. /조상인기자 ccsi@sed.co.kr
※'풍경으로 보는 인상주의' 전은 내년 4월3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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