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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이 24년간 해결하지 못한 해묵은 숙제를 드디어 풀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28일 서울 세종로 외교부청사에서 한일 외교장관회담 직후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전격 타결했다고 발표했다.
기자회견에서 발표된 한일 공동합의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아베 신조 총리가 총리로서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사죄와 반성을 표명하며 △한국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재단을 설립하고 일본 정부 예산으로 10억엔(약 97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또 △일본의 책임 이행을 전제로 이번 문제가 최종적·불가역적으로 해결됐으며 △한국 정부가 주한 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 이전 문제를 관련단체와 협의해 해결되도록 노력한다는 점도 포함됐다.
'법적'이라는 용어는 빠졌지만 일본 정부가 책임을 통감했다는 점, 아베 총리가 일본국 내각 총리대신으로서 위안부 피해자에게 사죄한 점, 일본 정부의 예산으로 위안부지원재단을 운영한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의 요구사항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 측이 요구했던 위안부 문제의 최종 해결 확인 부분과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 정부가 노력한다는 내용도 들어갔다.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인 올해를 넘기기 전에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정치적 결단을 내림으로써 양국은 그동안 한일관계를 옭아매온 과거사 문제를 털고 본격적인 관계개선 국면에 접어들 수 있게 됐다. 이와 관련해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아베 총리로부터 전화를 받고 이번 합의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며 기시다 외무상도 접견했다.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한국과 일본이 과거사에 얽매어 양국 협력관계도 진전을 못하는 걸림돌로 작용했는데 한일 수교 50주년을 맞아 타협점을 찾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유 전 장관은 또 "외교라는 것이 어느 한쪽이 100% 잘했다 잘못했다며 백기문서를 들게 할 수는 없다"며 "잘된 합의"라고 덧붙였다. 그는 "일본이라는 존재가 우리에게 상당히 중요하다"며 "동북아 세력의 균형이 변화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중국뿐 아니라 일본과도 잘 지내야 하며 그래야 미국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는 "이번 합의로 설치될 재단에서는 피해자 할머니들과 관련단체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많은 대표성을 갖는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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