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28일 합의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안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사죄·반성 표명 △이에 따른 일본 정부 예산에 의한 이행조치라는 위안부 문제 해결 3대 핵심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이와 함께 양국은 이번 합의를 통해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되며 △양국이 국제사회에서 이 문제에 대한 상호 비난을 자제하고 △주한 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 문제를 한국 정부가 관련 단체와의 협의 통해 해결하도록 노력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한편 아베 총리는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방법으로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직접 사죄의 표시를 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日 '법적' 책임 언급 안했지만…사실상 인정=기시다 외무상은 이날 윤 장관과의 회담 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위안부 문제는 당시 군의 관여하에 다수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로 이러한 관점에서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가 요구해온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 일본은 지난 1965년 체결된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위안부 문제는 이미 법적으로 해결됐다고 주장해온 반면 한국은 반인도적 불법 행위로 한일 청구권협정을 통해 해결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다만 이번 합의문에서 일본 정부가 책임을 통감하며 위안부 지원 재단에 일본 정부의 예산을 투입한다는 측면에서 사실상 법적 책임을 인정했다고 해석될 수 있다. 양국 정부가 법적 책임 문제를 놓고 평행선을 달리면서 접점을 찾지 못하자 고육지책으로 마련한 '창의적 대안'인 셈이다. 보통 외교적 협상에서 파국을 막기 위해 쓰는 '우회 전략'의 일종으로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부분에 대해 서로 편의에 맞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그레이존·회색지대)를 둔 것이다.
◇'사사에안'보다 진일보…아베 총리 첫 공식 사죄=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아베 신조 총리의 사죄 방식 및 피해자 금전 보상 등에 대해서는 기존에 논의됐던 사사에안보다 강화된 내용의 합의안을 도출한 것으로 평가된다. 2012년 사사에 겐이치로 당시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이 안에는 △일본 총리의 직접 사과(편지) △주한 일본대사가 피해자 만나 사과 △일본 정부예산을 통한 피해자 보상 등이 포함됐다.
사사에안이 도의적 책임과 인도적 지원을 기반으로 했다면 이번 합의안에는 일본 정부가 책임을 통감한다는 점, 아베 총리가 이번 총리 취임 후 최초로 내각총리대신 명의의 사죄와 반성 입장을 표명했다는 점, 후속 조치 차원에서 재단을 설립하고 일본 정부예산을 들여와 지원한다는 점에서 진전이 있다는 것이다. 재단 기금 규모는 10억엔(약 97억원)가량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서는 일본 정부가 어떤 명목으로 예산을 편성할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또 향후 기금운용과 관련해 대표성을 갖는 피해자 지원사업 등이 제대로 진행될지도 관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종적 해결 확인·소녀상 이전 등은 日에 양보=아쉬운 대목은 이번 합의문에 주한 일본대사관 앞의 위안부 소녀상 문제나 이번이 최종적 해결임을 확인해달라는 일본 측 주장을 우리가 수용했다는 점이다. 윤 장관은 "일본 정부가 주한 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에 대해 공관의 안녕·위엄의 유지라는 관점에서 우려하는 점을 인지하고 한국 정부로서도 가능한 대응방향에 대해 관련 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또 일본이 약속한 조치를 이행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는 했지만 "이 문제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하며 일본 정부와 함께 향후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동 문제에 대해 상호 비난·비판을 자제한다"고 덧붙였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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