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에 대한 코믹한 설정이 얼핏 불경스럽게도 느껴지는 '이웃집에 신이 산다(사진)'는 관객에게 '손을 잡고 춤을 추며 사는 매일'을 꿈꾸게 할 영화다.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 기발한 상상력을 통해 '현재'를 즐기는 삶의 황홀함을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방식으로 보여준다.
세상과 인류를 창조한 신(브누아 포엘부르드)은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에 사는 데 한 마디로 개망나니다. 가족을 함부로 대하고 욕설도 서슴없다. 무엇보다 이 신은 단지 자신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인류를 고통에 빠뜨린다. 수많은 고통과 헛된 희망을 불러일으키는 일말의 행복을 번갈아 제공하며 인류가 울부짖는 것을 보고 즐긴다. 아들인 예수와 달리 잘 알려지지 않은 열살 먹은 딸 에아(필리 그로인)는 신의 행동을 참다못한 어느 날 "당신이 하는 짓은 구역질이 난다"고 내뱉는다. 하지만 신은 오히려 에아를 허리띠로 때리는 벌을 내리고 에아는 복수를 다짐하게 된다. 우선 신의 업무용 컴퓨터 폴더에 저장돼 있던 전 인류의 수명을 문자메시지로 전송해 버림으로써 신을 무력화시킨 에아는 동시에 자신을 도와 새로운 신약성서를 쓸 여섯 명의 사도를 찾아 집을 떠난다.
한편 인류는 자신이 죽을 날을 알게 돼 온통 혼돈에 빠졌다. 진짜 자신을 찾아 삶의 방향을 통째로 수정하거나 반대로 깊은 무기력에 빠지는 등 반응은 각양각색이다. 에아는 이런 인류의 삶 한가운데로 들어가 여섯 명의 사도를 차례로 만난다. 어린 시절 한쪽 팔이 잘려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리라고 믿는 아름다운 오렐리와 모험을 꿈꿨지만 지리멸렬한 일상에 사로잡혀 있던 장 클로드, 자칭 성도착자 마크와 죽음에 매료된 프랑수와, 외로움 가득한 마담 마르틴과 여자가 되고 싶은 소년 윌리. 신의 딸 에아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내면의 음악을 들은 후 그들에게 꿈을 만들어 보여준다. 그럼으로써 여섯 사도 각자가 다른 누군가와 사랑에 빠져 충만한 하루를 살도록 하는 작은 기적을 일으킨다.
꿈과 환상, 기적이 난무하는 영화는 뜻밖의 아름다운 장면들로 가득하다. 이를테면 오렐리의 잃어버린 손이 그녀 내면의 음악 '울게 하소서'에 맞춰 우아하게 탁자 위를 스케이팅하고 하늘은 예쁜 무늬의 꽃자수로 뒤덮인다. 말도 안 되는 장면이지만 그래서 더 신비롭고 아름답다. 영화는 소규모 개봉을 한 예술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개봉 3일 만에 1만 관객을 동원해 눈길을 끌고 있다. 주요 시간대의 상영은 매진이 속출되는 등 인기에 힘입어 상영관과 상영 회차를 차츰 늘려가는 중이다. 영화는 24일 개봉했다.
/김경미기자 kmkim@sed.co.kr
사진제공=엣나인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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