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KDB대우증권 인수전에서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돼 자본금 8조원의 국내 최대 증권사로의 도약을 앞둔 미래에셋그룹 오너로 28일 공식적으로 언론과 마주했다.
이날 그가 던진 메시지는 묵직했다. 박 회장은 고(故) 이병철·정주영 회장을 언급하며 "삼성 같은 금융사를 만들려면 리더그룹이 불가능한 상상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당장은 실패하지 않을 수 있지만 천천히 도태될 것이 자명하다"며 "미래에셋은 도전을 멈추지 않는 영원한 이노베이터(혁신가)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우증권 인수로 압도적인 국내 1위 증권사 등극이 눈앞에 다가왔지만 그는 "8조원이라는 자기자본을 채워도 아직 갈증이 있다"며 또 다른 도전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박 회장은 이날 대우증권 인수 후 그려갈 다양한 청사진을 밝혔지만 기자의 가슴에 와 닿는 메시지는 '기업가 정신'이었다.
박 회장은 우리 시대의 '샐러리맨 신화'다. 그는 지난 1986년 동양증권(현 유안타증권)에 입사해 증권업계에 입문한 뒤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으로 옮겨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고 샐러리맨으로 보장된 미래가 있었다. 하지만 불혹을 앞둔 39세에 과감히 창업을 택했다. 1997년 구재상 동원증권 압구정지점장, 최현만 동원증권 서초지점장 등 8명의 '박현주 사단'과 함께 미래에셋캐피탈을 설립한 것. 이듬해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을, 또 그 이듬해 미래에셋증권을 잇따라 설립해 미래에셋그룹을 완성했다. 그리고 내년 대우증권 인수합병(M&A)을 마치면 창업 19년 만에 국내 최대 증권사의 오너가 된다.
한국 경제는 최근 몇 년째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다. 성장동력을 상실한 한국 경제를 대변하듯 증시도 수년째 박스권에 갇혀 있는 신세다. 한국 경제의 도약을 위해서는 그만큼 성장이 절실하다. 문제는 성장 돌파구를 열어야 할 진정한 기업가들이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수없이 도전하고 넘어지고 다시 도전해야 할 젊은 세대들이 희망을 버리고 '3포 세대' '5포 세대' 심지어 '7포 세대'라는 자조에 주저앉아 있다.
물론 저성장에 취업이 힘드니 사랑을 하기도, 결혼하기도, 아이를 갖기도, 인간관계를 갖기도 어려울 것이다. 안타깝지만 저성장 시대를 사는 청년들에게는 그것이 현실이다. 그들에게 부탁한다.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어떤 금융회사의 오너가 자신의 인생으로 직접 증명하고 있는 기업가 정신에 관심을 가져주기를 말이다. 거기서 힘을 얻어 한 걸음이라도 나아갈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박 회장에게도 부탁한다. 최근 20년간 재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다가 쓸쓸히 사라져버린 다른 '샐러리맨 신화'들의 전례를 따르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야 방향타를 잃은 청년들에게 롤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어찌 보면 그 역할이 국내 최대 증권사 오너의 역할보다 더 클 수도 있다. 박 회장은 이날 "리스크는 피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하는 것"이라고 스스로 밝혔다. 살아 있는 기업가 정신도 마찬가지다. 무너지지 않도록 잘 관리해주기를 바란다.
/김민형 증권부 차장 kmh204@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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