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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3월 16일] 일본을 봐라

올 들어 글로벌 경제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바로 도요타 사태다. 미국 고속도로에서 도요타의 대표주자인 렉서스가 가속페달 결함으로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사망으로 이어지는 사고 현장이 TV에 그대로 방영되면서 도요타의 명성은 급전직하로 떨어졌다. 도요타의 최대 시장이던 미국에서의 판매율이 떨어지고 회장이 미국 국회 청문회에서 사과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도요타 사태는 아직 진행 중이다. 만성적 저성장·고령화 시달려 대규모 리콜이라는 수난을 당한 도요타 사태는 단순히 도요타라는 단일 기업이 아닌 일본 경제 전체를 다시 돌아보게 한 충격적 사건이다. 더욱이 지난 1월 도쿄 중심지 긴자의 세이부백화점이 12년 연속 매출감소를 이기지 못하고 문을 닫았고 일본의 대표항공사인 일본항공(JAL)도 경영부실로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쇠락해가는 일본 경제를 세계가 주목하는 상황이다. 일본 경제는 전후 미국과 함께 글로벌 경제를 이끌어나가면서 비약적 성장을 지속했다. 하지만 신화는 지난 1990년부터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의 시작이다. 파장은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만성적 저성장과 고령화 현상 가속으로 세금 낼 사람은 줄고 사회복지 비용은 늘면서 재정적자가 갈수록 쌓이고 있다. 지난해 9월 기준으로 국가채무는 우리 돈으로 1경1,000조원이라는 천문학적 액수에 육박,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단연 1위를 차지한다. 도요타 사태도 엔고에 따른 가격경쟁력 약화로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기면서 일본이 자랑하던 품질경영에 허점을 드러낸 것이다. 우리를 보자. 우리 기업들은 일본과 10~20년의 격차를 두고 뒤따라가며 끊임없는 모방ㆍ창조로 경제성장을 일궈왔다. 개발 초기에는 20년 정도의 격차가 났지만 차츰 경쟁에서 승리하면서 역전하는 상황도 나타나고 있다. 일본 업체를 잡은 첫 번째 주자가 바로 반도체다. 1990년대 초반까지 일본은 도시바ㆍNEC 등을 앞세워 D램 등 반도체 시장을 장악했다. 당시 한국의 D램 시장점유율은 15%에 불과했지만 일본은 61%에 달했다. 하지만 1998년부터 점유율이 역전되기 시작, 2009년에는 국내 업계의 점유율이 56%에 이른 반면 일본 업체의 점유율은 9%에 그쳐 한국이 일본 자리를 차지했다. 가전제품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세계를 지배하던 소니는 글로벌 TV시장 점유율 3위로 내려앉았고 삼성전자ㆍLG전자 등 국내 업계가 1, 2위 자리를 장악했다. 철강도 지난해 포스코가 처음으로 신일본제철을 제쳤다. 포스코는 조강생산량에서 지난해 4위를 차지해 한 단계 뛰어 올랐지만 신일본제철은 8위로 주저 앉았다. 그리고 다시 한번 우리가 일본과 대적할 기회를 엿보고 있는 분야가 바로 자동차다. 현대ㆍ기아자동차는 미국 시장에서 30%의 점유율을 가진 일본차 업체를 타깃으로 시장점유율을 점차 늘려나가고 있다. 7% 정도의 점유율이면 일본 업체들을 충분히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이다. 사실 일부에서는 지난해 도요타가 한국시장에 캠리를 상륙시킨 목적도 여기에서 찾고 있다. 즉 국내 시장에서 독점구조를 갖고 있는 현대ㆍ기아차로 하여금 국내 시장에 더 신경 쓰게 만들어 미국 시장의 영향력을 줄이려는 의도라는 얘기다. 반면교사 삼아 선제대응 나서야 문제는 20년 전의 잘 나가던 일본 모습이 우리의 현재이며 지금의 일본 상황이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우리가 일본을 잡았던 모든 산업에서 무서운 속도로 추격하는 중국을 감안할 때 우리가 일본보다 훨씬 짧은 시간에 쇠락의 길로 접어들 수 있다. 기업들이 하이브리드차,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차세대 먹을거리를 찾으려고 발버둥 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도 연구개발(R&D), 환율 등 여러 분야에서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기다. '반면교사(反面敎師)'라는 말을 되새기며 실천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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