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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12월 22일] 목민(牧民)을 넘어 소통으로

지난 19세기 초 다산 정약용 선생이 저술한 ‘목민심서(牧民心書)’는 당시 지방행정의 실상과 지방관이 지켜야 할 지침을 담고 있다. 이 때문인지 요즘도 공무원을 목민관(牧民官)이라 부르기도 한다. 나름대로 심오한 뜻이 있겠지만 글자 그대로 해석한다면 목민은 백성을 다스린다는 의미이다. 목민이라는 말이 요즘 행정에 부합하느냐 하는 문제는 논외로 하더라도 이제 민(民)이 다스림의 대상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시민들의 교육수준이 높아지고 대중매체ㆍ인터넷 등을 통해 풍부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상황에서 시민을 계몽하거나 이끌어간다는 것이 이제 행정의 중심 역할은 아니라고 본다. 과거에는 행정이 무조건 선(善)이었기에 시민은 행정에 따라가는 것이 당연했다. 그러나 이제는 오히려 시민이 행정의 잘못을 비판하고 심지어 행정을 리드하기도 한다. 1985년 사무관으로 처음 공직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와 비교해도 지금의 행정, 특히 지방행정의 변화는 가히 혁명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대한민국이 민주주의를 표방한 것은 마찬가지지만 지방행정 체계와 마인드는 하늘과 땅차이라 하겠다. 민선자치시대의 개막이 그 원인이겠지만 실제로는 시민사회가 그만큼 성숙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행정에서 중요한 것은 시민과의 소통이다. 공직자는 시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그리고 빨리 알아야 한다. 소통은 불필요한 오해를 피할 수 있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더욱 합리적인 결론을 얻을 수도 있다. 행정에서는 일방통행보다 쌍방통행이 더 원활하기 때문이다. 행정은 다리를 놓는 일이다. 다양한 계층의 시민을 통합하고 지금 세대와 다음 세대를 연결하는 등 우리 사회를 보듬어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어간다. 하지만 행정이 시민과 소통하지 않을 경우 시민들은 행정을 불신하고 불복종한다.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시민을 다스린다는 입장에서 행정을 추진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반하는 태도다. 민주주의는 그 자체가 절차요 과정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영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한 사람의 리더십에 의존하기에는 너무 성숙해 있으며 오히려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고 서로 소통하려는 노력이 더 절실하다. 행정이 시민과 소통하는 데 조금만 더 신경을 쓴다면 최소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설 일도, 국회 상임위 회의장이 망치로 부서지는 일도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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