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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도 안지키는 법원

판결문에 재판장 날인 생략에

피고인 소재 파악도 대충대충

올들어 '다시 재판' 줄이어

대법원이 피고인이 어디에 사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보고서를 기반으로 재판을 진행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재판 당사자인 피고인의 소재를 확인해야 하는 기본원칙을 재판부가 지키지 않았다는 취지다. 올 들어 판사가 판결문에 서명날인을 하지 않아 다시 재판을 해야 했던 사례만 세 건이 알려진 데 이어 또 다른 절차 위반 판결까지 발생해 일선 재판부의 안일한 재판 처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서모(31)씨에게 징역 1년9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에 돌려보냈다고 29일 밝혔다. 서씨는 지난 2012년 회사 자재를 빼돌려 판매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서씨가 네 번째 공판부터 재판에 나오지 않자 경찰에 서씨의 소재를 찾도록 했다. 경찰은 이에 지난해 4월 "여러 차례 갔지만 집에 아무도 없어 만나지 못했다"는 결과보고를 낸 후 5월 말 다시 "서씨가 실제로는 그곳에 거주하지 않는다"는 소재탐지불능보고를 했다. 현행법은 피고인의 소재를 찾을 수 없다고 확인한 지 6개월 이후 관련 절차를 밟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1심은 경찰의 '만나지 못했다'는 첫 번째 보고만을 기준으로 절차를 진행했다.

대법원은 "경찰의 1차 보고는 주소지에 누가 사는지 알 수 없다는 내용일 뿐이라 소재탐지불능보고서라 할 수 없다"며 "1심이 이런 위법한 결정에 근거해 심리한 이상 소송 절차는 위법하다"고 말했다. 또 "서씨가 살지 않는다고 확인된 주소지로 계속 소환장을 보낸 점도 위법하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항소심 재판부에도 "마땅히 소송을 새로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지난달 게임머니를 불법판매한 피고인에 대한 판결을 내린 원심을 깨기도 했다. 판결문에 재판장이 서명을 하지 않아서다. 형사소송법상 법관은 재판서에 서명날인해야 한다. 대법원은 올 7월과 9월에도 재판장 날인이 없는 판결문을 이유로 재판을 다시 하라고 했다. 법조 관계자는 "대법원은 상고사건을 줄이기 위해 1·2심을 충실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며 "일선 재판부가 기본적인 재판 절차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흥록기자 ro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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