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는 윤병세 장관이 5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 회의에 참석,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국제사회에 직접 제기하기로 했다고 4일 밝혔다. 우리 정부의 외교 수장이 유엔 인권이사회에 참석한 것은 2006년 반기문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 이후 약 8년 만이며 외교 장관이 인권이사회 연설에서 위안부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장관은 인권이사회 연설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북한 인권 문제 등 인권 현안에 대한 입장을 구체적으로 밝힐 예정이다. 특히 일본 측에 올바른 역사 인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종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배상 문제를 거론하는 등 일본 측의 책임 인정을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우리 정부가 아주 중요하게 취급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에서도 직접적으로 다뤄진 만큼 윤병세 장관도 그에 걸맞게 비중 있게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 또한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중요한 안건으로 다뤄왔으며 일본 정부에 대해 이 문제를 조속히 해결할 것을 강력히 촉구해오고 있다"며 일본을 강하게 압박할 것임을 시사했다.
윤 장관은 이 밖에 북한 내 반인도범죄에 대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최근 보고서를 바탕으로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입장도 표명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인권이사회 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해 50여개국의 외교장관이 참석하며, 윤 장관은 나비 필레이 유엔 인권최고대표를 비롯해 피터 마우러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총재 등과 면담한 뒤 오는 7일 귀국할 예정이다.
정부는 애초 신동익 다자외교조정관을 우리 측 수석대표로 내세울 방침이었으나 일본의 과거사 도발 문제가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고 판단해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박근혜 대통령은 3·1절 기념사를 통해 일본의 '고노담화' 수정 움직임을 강력히 비판했으나 일본은 오히려 문부과학성 부대신이 '일본군 위안부는 거짓말이며 사실 날조'라는 발언을 하며 도발을 멈추지 않고 있다. 외교부는 이와 관련한 논평을 내고 "누가 거짓말을 하고, 누가 사람을 속이고, 누가 사실을 날조하는지는 생존하고 계신 55분의 피해자들이, 국제사회가 그리고 역사가 알고 있다"며 "일본군위안부 문제의 책임을 통감하고 진실된 마음으로 반성하고 사죄하면서 올바른 역사교육을 실시하는 데 매진해야 할 것"이라고 일본 정부를 강하게 성토하며 강하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한편 이번 윤 장관의 인권이사회 참석으로 한일 관계 악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달 일본 교과서 검정 문제와 다음달 야스쿠니 신사참배 등 한일관계를 악화시킬 사안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당분간 관계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한국과 일본을 각각 방문, 한일관계가 다소 나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지만 미국이 중국 견제에 힘을 쏟는 상황에서 양측 간 감정의 골을 메우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이 지난달 우리나라를 방문해 "과거보다 현재가 중요하다"며 한일관계에 대한 깊은 성찰 없이 관계개선만을 주문한 것 또한 중재자로서 미국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게 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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