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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 "서울시향 떠나겠다… 결국 진실 밝혀질 것"

■ 임직원에 음악감독 사임 편지

"한 사람의 거짓말에 의해 10년 업적 무색하게 돼

음악 계속하지 못해 유감"

30일 송년공연이 마지막 무대… 시향측 "후임자 물색 시간걸려"

한일 수교50주년 합동콘서트 지휘한 정명훈


정명훈(62·사진)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이 지난 10년 간 유지해온 감독직을 내려놓겠다는 입장을 29일 밝혔다. 정 감독의 재계약 체결 안이 서울시향 이사회를 통과하지 못한 채 보류된 지 하루 만의 일이다. 여기다 최근 불거진 부인 구모(67)씨의 박현정 전 시향 대표 성추행 조작 혐의 입건 등에 따른 심리적 압박이 그의 사퇴를 불러온 것으로 보인다.

정 감독은 재계약 여부를 떠나 지휘하겠다 약속했던 정기공연(9회) 무대에도 오르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이달 30일 서울시향의 송년공연 '합창'을 끝으로 당분간 정명훈이 지휘하는 서울시향의 무대는 볼 수 없을 전망이다.

◇"음악감독 일 계속 못해 유감… 진실 밝혀질 것"=정명훈 감독은 이날 정오 최흥식 서울시향 대표이사를 만나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하는 동시에 서울시향 임직원들에게도 '앞으로 함께 하지 못하게 돼 안타깝다'는 편지를 남겼다.

편지에서 정 감독은 자신이 예술 감독직을 내려 놓는 이유가 지난해 12월부터 1년 가까이 이어진 서울시향의 내홍과 관계있음을 분명하게 적시했다. 특히 정 감독의 부인 구씨가 성추행 허위 사실 날조를 지시한 주모자로 지목되고 있는 상황이 그의 사임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정 감독은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있는 시향 사태에 대한 분명한 각을 세웠다.



익명의 서울시향 직원들이 박현정 전 대표의 막말과 인권침해, 성희롱 등을 문제 삼으며 형사고발까지 진행했지만 현재 반대로 허위 사실 날조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것에 대한 선명한 반격이다. 그는 편지에서 "내가 음악보다 더 높고 중요하다고 여기는 유일한 하나가 바로 인간에 대한 사랑"이라고 서두를 뗀 정명훈은 "(서울시향 직원들은) 비인간적인 처우를 견디다 못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렸는데 이제 세상은 그 사람들이 개혁을 주도한 전임 사장을 내쫓기 위해 이야기를 날조했다며 고소해 수십 시간 조사를 하고, 사무실을 습격했다. 이것은 내가 여태껏 살아왔던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분노와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어 "서울시향 단원들이 지난 10년 이룩한 업적이 한 사람의 거짓말에 의해 무색하게 돼 가슴 아프다"며 "여러분의 음악감독 일을 계속할 수 없어 유감스럽지만 이 인간애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여러분과 음악을 계속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박 전 대표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결국에는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공연은 대체 지위자 찾아 계속… 새 예술감독 영입은 아직=31일 임기가 끝나는 정 감독이 예술 감독직은 물론 예정됐던 지휘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힘에 따라 서울시향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일단 내년 정기공연은 대체 지휘자를 찾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했지만 당장 며칠 후면 예술감독과 상임지휘자의 자리가 공석이 된다. 무엇보다 정 감독을 대체할 만한 인재가 마땅치 않다.

정 감독은 서울시향이 2005년 재단법인으로 출범하던 해 예술고문으로 영입된 후 지난 10여 년 간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를 맡아 서울시향을 아시아 정상급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서울시향의 상징 같은 존재다. 시향 측은 "정 감독의 입장이 워낙 강경해 더 이상 설득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정 감독을 대신할 만한 지휘자는 국내에서는 찾기 어렵고 외국으로 눈을 돌려야 하는데 그러려면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 감독과 다시 한번 협상을 할 가능성이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지금 상황에서 거론하긴 이른 듯 하다"고 말을 아꼈다.

/김경미기자 km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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