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이민자처럼 하루도 안 쉴 것'

한국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최초의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거 김현수가 국내 취재진 앞에 섰다. 김현수는 29일 서울 역삼로 컨벤션벨라지움에서 열린 볼티모어 입단 기자회견에서 "미국에서 잘해내 미국에서 은퇴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국내로 유턴하게 되면 실패자가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미국에서 저를 원하는 팀이 없다는 것이니까 실패자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수는 지난 24일 2년 700만달러(약 82억원)의 조건에 볼티모어와 계약하고 25일 귀국했다. 김현수의 계약을 성사시킨 이예랑 리코스포츠에이전시 대표는 "김현수는 2017시즌까지 볼티모어에서 두 시즌을 뛰며 시즌 종료 뒤 FA가 된다"고 확인했다. 성과가 좋으면 'FA 대박'을 일찍 터뜨릴 수 있는 셈이다. 이 대표는 볼티모어와의 계약에 마이너리그 거부권도 포함됐다고 확인했다.

김현수는 볼티모어에서 며칠간 지내면서 가장 좋았던 점을 묻자 "길에 다닐 때 아무도 못 알아봐 아무 음식점에나 가서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게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음식점을 갔는데 (제가 누군지 모르는) 사장님이 '이민 올 거면 와서 하루도 쉬지 말고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말해주셨다. 그 사장님 얘기처럼 하루도 안 쉬고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웃어 보였다. 주전 좌익수 경쟁을 이겨내겠다는 뜻으로 들렸다.

볼티모어 홈구장인 캠던야즈에 대해 "(친정 두산 베어스 홈구장인) 잠실구장보다 작다는 느낌은 있다. 하지만 투수들의 공이 훨씬 빠르기 때문에 장타를 더 많이 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한 김현수는 가장 맞대결해보고 싶은 투수로는 같은 지구의 데이비드 프라이스(보스턴 레드삭스)를 꼽았다. 역대 투수 최고액(7년 2억1,700만달러)에 최근 보스턴에 입단한 프라이스는 직구 평균시속이 94.59마일(약 152㎞)에 이른다. 김현수는 자신의 장점에 대해 "크게 단점으로 지적되는 게 없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라며 "다른 선수들보다 타석에서 커트는 많이 해내지 않을까 싶다. 특출하게 뭔가를 잘하지는 못하더라도 기본은 하는 선수로 팀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했다. 6년간 교제한 스튜어디스 출신의 여자친구와 곧 결혼하는 김현수는 다음달 로스앤젤레스로 출국해 개인훈련을 하다 내년 2월 플로리다 스프링캠프에 합류한다. /양준호기자 miguel@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