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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기업들도 고개 숙인 삼진어묵의 공채 반란

대기업이나 금융기관·공기업들이 판치는 공채시장에 한 중소 어묵 기업이 신선한 반란을 일으켰다. 부산 삼진어묵은 최근 실시한 하반기 공채에서 사무직 8명 모집에 1,283명이 지원해 158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매장이라야 전국 12곳이 전부인 조그만 기업이 웬만한 대기업이나 공기업들은 명함도 못 내밀 수준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이다. 고급식품도 아니고 단지 어묵 만드는 기업에 이처럼 많은 지원자가 줄을 섰다니 놀라울 뿐이다. 대기업은 입사 지원자가 넘치지만 중기는 인력난에 시달린다는 하소연도 삼진어묵의 입장에서 보면 먼 나라 얘기다.

특출한 기술을 보유한 것도, 봉급 수준이 높은 것도 아니다. 사무직 초임 연봉이 기껏해야 2,400만원이라고 한다. 그저 묵묵히 3대째 어묵만 만들어온 기업에 인재들이 몰린 이유는 단 하나, 발전 가능성을 봤기 때문일 터다. 30종이 넘는 어묵을 만들어 소비자의 선택폭을 넓히고 '어묵 크로켓' 같은 신제품을 개발한 것은 이 회사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신하고 있다는 증거다. 직원들을 해외에 보내 시장 흐름을 파악하고 사내교육을 통해 역량을 높이는 데도 열성이라고 한다. 이러니 미국이나 호주 등의 유학파들이 입사원서를 들고 줄을 설 밖에. 시장이나 동네 분식집에서나 통할 아이템으로 전국 유명 백화점 8곳의 식품코너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것이 결코 우연은 아니다.

최근 중소기업연구원 설문에 따르면 중기 10곳 중 6곳이 구인난을 호소하고 있다. 낮은 임금과 미흡한 복리후생 등이 이유라고 한다. 하지만 삼진어묵의 사례를 보면 미래가 있고 비전이 있는 기업에는 임금 수준과 상관없이 인재들이 줄을 선다. 결국 문제는 중소기업 자신이다.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소통으로 기업 체질을 바꾼다면 지금의 구인난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인력이 없다고 한탄만 할 게 아니라 왜 안 오는지 냉정하게 자신을 돌아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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