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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잠실 일대 중개업소에서는 때아닌 휴가 바람이 불고 있다. 업소 문을 여닫는 시간도 일정하지 않은 곳이 많고 두세 명씩 근무하던 사무실에 한 명 정도만 근무하고 나머지는 돌아가며 쉬는 경우도 많다. 지난 11월부터 거래가 급격히 줄어든 탓이다. 비수기임을 감안해도 거래 실종이 심각한 상황이라는 게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10일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개점휴업 상태인 업소가 증가하면서 중개업자들이 때 이른 휴가를 떠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통상 여름철과 명절 등의 기회를 이용해 휴가를 내는 것과 다르게 일찌감치 자리를 비우는 업자들이 많아져 2,000가구 이상의 대단지 중개업소마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천동 JS파크리오의 김은미 대표는 "10월까지는 중개업소별로 한 달에 대여섯 건씩 거래를 성사시킬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지만 11월부터는 단 한 건의 계약도 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직원 한 명만 근무하게 하거나 아예 자리를 비우더라도 큰 문제가 생기지 않을 정도로 침체돼 있다"고 전했다.
대단지 중개업소가 개점휴업 상태인 이유는 최근 거래가 거의 실종되다 보니 일을 하려야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동 일대 엘스·리센츠·트리지움·레이크팰리스·파크리오 총 5개단지 2만4,479가구의 11월 거래건수가 6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월 통계와 비교할 경우 개별 단지에서만 12~29건의 거래가 성사된 것과 대조적인 결과다. 김용태 잠실동88부동산 대표는 "매매든 전세든 워낙 문의가 없다 보니 집 보여줄 직원이 필요 없어 돌아가며 휴가를 가는 업소가 많다"며 "수익을 내지 못한 중개업소가 임대료 부담을 이기지 못해 문을 닫고 이사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거래 실종 분위기는 신흥 부촌으로 떠오른 서초구 반포동 일대도 마찬가지다. 가끔씩 주택 관리나 집값 전망 등을 묻는 전화만 걸려올 뿐 매매계약 업무는 손을 놓은 지 두 달 가까이 됐다는 설명이다. 반포동 자이·래미안퍼스트지·리체 3개단지 6,684가구를 합친 거래량이 아홉 건에 불과하고 12월에는 아예 거래신고 자체가 없는 상황이다. 박순애 명가부동산 대표는 "11월도 거래가 부진했지만 더 문제가 심각한 것은 12월"이라며 "거래가 전무해 내년 초까지 거래신고 사례가 극소수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북권 일반아파트에서도 매수세가 실종되면서 '노는' 중개업자들이 늘고 있다. 출근 시간이 늦어지고 중개업자들끼리 여행을 갈 정도로 일거리가 부족해졌다는 전언이다. 마포구 공덕동 K공인 관계자는 "매매 계약이 전무한 데다 전·월세 매물도 월세가 대부분이라 수요자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며 "지난 가을철에는 일손이 모자라 직원을 더 뽑을까 했지만 이내 마음을 접어버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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