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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일 노동절(메이 데이)을 봉사활동의 날로 지정했습니다. 노동운동이 갈등과 대립을 불러일으키는 게 아니라 국민에게 봉사해 화합과 상생의 문화를 만드는 주역이 되도록 노력할 겁니다." 새로운 노동운동을 모색하는 노동조합 연대조직 '새희망 노동연대'의 공동의장인 정연수(54) 서울지하철노조위원장은 "노동운동이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연대는 지난 4일 충북 청주 서울시 공무원수련원에서 공식 출범식을 갖고 '노동자를 섬기고 국민에게 봉사하는 노동운동을 지향한다'는 슬로건을 채택했다. 노동연대에는 서울지하철, 현대중공업, KT, 영진약품, 코오롱 등의 사업장 노조와 행정부공무원노조연맹, 전국교육청공무원노조연맹 등 40여개 노조 및 노조단체가 모여 결성한 연대체다. 현재 12만명 정도의 노조원을 확보하고 있으며 앞으로 지속적으로 가입 노조를 확대할 예정이다. 노동연대는 슬로건에서 알 수 있듯이 국민에 대한 봉사를 제일 중요한 목표로 잡고 있다. 노동연대의 첫번째 주요 사업으로 노동자의 날을 지역 봉사활동의 날로 지정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 등은 노동절이 되면 자기들 잔치를 합니다. 우리는 노동자의 사회적 책무를 중요시하며 이런 관점에서 노동절은 국민 봉사활동의 날이 돼야 한다고 믿습니다. 노동자도 더 이상 요구만 하는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정 공동의장은 거듭 노동자의 책무를 강조했다. 노동운동이 국민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국민에게 다가가야 되며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의 노동운동은 갈 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신 이제 노동자도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기업이 경쟁력을 갖추고 투명해질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고 여긴다. 분배를 요구하기에 앞서 기업 이익의 사회 환원에 관심을 보일 때 사회적 정당성을 입증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노동연대의 성격에 대해 함께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오종쇄(51)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은 "뜻이 맞는 노조 간의 느슨한 형태의 연대라고 보면 된다"고 소개했다. 의사결정은 노조 대표들로 구성된 대표자회의에서 이뤄진다. 정 의장과 오 의장이 공동의장으로 선출된 것도 대표자회의에서였다. 이른바 제3노총의 추진 여부에 대해 정 공동의장은 "당장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가야 할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오 공동의장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3노총의 출범과 연계하는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이라며 다소 이견을 보였다. 그는 "연대하는 노조들 간에 생각의 차이는 존재하기 마련"이라며 "특히 공공부문의 노조들은 제3노총에 대한 선호도가 높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 공동의장은 "노동연대가 사무국 구성 등 조직화를 시도할 계획은 없으며 다만 양대 노총의 운동방식과 다른 차별화된 노동운동을 펼치는 것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기성 노조단체들이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는 생존이 어려울 것"이라며 "노동연대가 제시한 새로운 노동운동의 방향이 양대 노총의 개혁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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